결국 가을까지 봉쇄되나.. '제로 코로나'에 발목 잡힌 中의 눈물

신수지 기자 2022. 1. 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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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中 봉쇄정책 글로벌경제 리스크로

인구 1300만명이 사는 중국 산시성의 성도 시안(西安)시는 작년 연말부터 25일간 도시가 전면 봉쇄됐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시안시 당국은 지난달 22일부터 열차와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고속도로를 폐쇄했으며, 주민들의 외출을 전면 금지했다. 2020년 초 코로나가 발원한 인구 1100만명 도시 우한을 봉쇄한 이후 가장 크고 강력한 봉쇄 조치다. 시안시는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지난 16일 이후에야 봉쇄를 일부 완화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도시 전체가 전면 봉쇄된 중국 허난성 안양의 주거 지역이 지난 11일 인적이 끊긴 채 텅 빈 모습이다. /AFP연합

중국 보건 당국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안의 누적 확진자는 2200여 명 수준이다. 일일 평균 확진자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다음 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 당국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올 들어 허난성 위저우시(110만명)와 안양시(550만명)까지 봉쇄하면서 현재까지 2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주민의 발이 묶였다.

이 같은 봉쇄 조치로 해당 지역의 경제활동이 마비된 것은 물론, 중국 전역과 전 세계 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한 비슷한 봉쇄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2022년 세계 10대 지정학적 리스크 보고서’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최대 리스크로 꼽으며 “중국은 광범위한 봉쇄와 효과 낮은 백신으로 전염성이 훨씬 높은 변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정책은 감염을 억제하는 데 실패해 더 심각한 봉쇄를 요구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더 큰 경제적 혼란과 더 많은 국가 개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얼어붙은 중국 내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초기만 해도 중국의 공격적인 방역 정책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전 세계가 팬데믹 충격으로 역성장하던 2020년 3분기 중국은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4.9%를 기록하며 나 홀로 ‘V 자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작년 여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중국 경제는 다시 위기에 봉착하기 시작했다. 다른 선진국이 백신 보급과 함께 ‘위드 코로나(with corona)’ 기조로 돌아서 소비가 살아난 반면, 중국은 다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선택하면서 중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매 판매가 급격히 둔화됐다. 델타 변이가 중국 본토를 덮친 작년 8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5%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8.5%)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소매 판매 증가율 역시 1.7%로 시장 전망치(3.7%)를 크게 밑돌았다. 루팅 노무라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투자자 노트에서 “코로나의 새로운 물결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올해 1분기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전후해 소매 판매에 더 많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하며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를 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규제와 그에 따른 경제적인 비용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공급망도 압박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전 세계 공급망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시 봉쇄로 주요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화물을 운반할 컨테이너항도 멈춰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시안 반도체 생산 라인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시안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봉쇄 후 첫 1주일 동안은 기숙사 등에 거주하는 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정상 가동했지만, 봉쇄가 길어지자 자가 격리 조치 등으로 인력 교대가 어려워 감산에 들어갔다. 시안에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D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해운업계는 세계에서 셋째로 큰 컨테이너항인 닝보항이 위치한 저장성 닝보시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올 들어 닝보시 베이룬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닝보항은 일부 폐쇄된 상태다. 컨설팅업체 러셀그룹은 닝보항이 폐쇄되면 매주 40억달러(약 4조7520억원) 규모의 무역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등 글로벌 의류 브랜드 제품을 제조하는 선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3일부터 닝보시 일부 공장의 문을 닫았다. 독일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도 지난달부터 중국 국영 상하이자동차(SAIC)와 함께 운영하는 닝보 공장을 폐쇄했다. 프레더릭 노이만 HSBC 아시아 경제 수석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운송 지연과 인력난, 원자재와 장비 부족을 일으켰다”며 “공급망 혼란을 가중해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로 코로나, 가을까진 유지할 듯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최소한 가을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올가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리넷 옹 토론토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사회 안정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다”며 “중국 당국은 팬데믹이 보건 위기에서 정권의 위기로 진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루팅 노무라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지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이 정책이 올 연말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으나, 결국엔 코로나 확진자를 감소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이익보다 커지는 변곡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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