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8년 만에 상설전 첫 개편.."훈민정음 재해석"

박상현 2022. 1. 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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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주제 걸쳐 자료 191건 1천104점 공개..로비·출구도 새 단장
"시원스러운 느낌 들도록 공간 배치..유물 설명도 보강"
조선시대 한글로 쓴 편지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0일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에 조선시대 한글로 쓴 편지들이 전시돼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8주년을 맞아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2022.1.20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세종이 1443년 창제한 훈민정음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서문이 잘 알려졌다. 세종이 지은 이 문구는 한문으로만 작성된 해례본을 일부 번역한 언해본에 나온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정인지가 쓴 별도의 서문이 있다. 그는 "천지자연의 말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며 "사방의 풍토가 다르니 소리의 기운 또한 그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짚었다. 우리나라 말과 중국어가 다르니 한자 대신 별도의 글자를 만들어 써야 한다는 논리였다.

국립한글박물관이 2014년 한글날 개관한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편해 20일 공개한 상설전시실에는 정인지 서문을 바탕으로 만든 대형 영상이 흐른다. 현대인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한글이 자연에서 나는 소리를 어떻게 전하는지 보여준다.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 개편 개관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0일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상설전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22.1.20 hama@yna.co.kr

21일부터 일반 관람이 허용되는 상설전시실 주제는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이다. 우리나라 대표 문화유산이자 한글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재해석한 점이 특징으로, 자료 191건 1천104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7개 공간으로 나뉘며 훈민정음 창제부터 현재까지 약 600년에 걸쳐 한글이 어떻게 사용되고 변했는지 조명한다. 각각의 주제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따온 글귀인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쉽게 익혀', '사람마다',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이다.

김희수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이전 상설전도 한글 통사를 다루기는 했지만, 새 전시에서는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시원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자료를 배치했다"며 "기본에 충실하자는 취지에서 유물이 돋보이도록 했고, 설명도 대폭 보강했다"고 말했다.

상설전 유물 중에는 국립한글박물관이 개최했던 특별전에서 선보였던 자료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간 축적한 연구 성과를 한데 모아 꾸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박물관은 강조했다.

출품 자료의 면면도 화려한 편이다. 보물로 지정된 '유가사지론', '선종영가집언해', '간이벽온방언해', '곤전어필', '말모이 원고'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유가사지론에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자를 읽기 위해 사용한 구결이 남아 있고, 곤전어필은 정조 부인 효의왕후가 필사한 책이다. 말모이 원고는 주시경과 제자들이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작성한 자료다.

인사동에서 발견된 한글 금속활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0일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에 지난해 종로구 인사동에서 발견된 한글 금속활자가 전시돼 있다. 2022.1.20 hama@yna.co.kr

지난해 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구 인사동에서 출토된 15세기 한글 금속활자 330여 점도 4월 3일까지 한시적으로 전시된다. 활자를 살펴보면 한자음을 정리한 1448년 서적 '동국정운'에 등장하는 독특한 표기 방식이 확인된다.

첫선을 보이는 자료 가운데는 1893년 한글 청원서인 '정소사 원정(願情)'이 눈길을 끈다. 원정은 하소연하거나 바라는 마음을 뜻하는데, 남편을 잃은 여성 필자는 납치당할 뻔했던 사연을 적었다. 청원서 왼쪽에는 어사또가 납치를 시도한 사람을 처벌하라는 명령이 한문으로 기록됐다.

이 밖에도 정조가 쓴 한글 편지, 조선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 가문 한글 자료,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점자 '훈맹정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자기로 알려진 '송기주 타자기', 제사상 차리는 법을 한글로 익히게 한 놀이판 '습례국' 등을 볼 수 있다.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0일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에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인 '송기주 타자기'가 전시돼 있다. 2022.1.20 hama@yna.co.kr

유물 외에도 곳곳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전시물이 있어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주요 유물 60여 건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음성 전시 안내 서비스도 제공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상설전시실 개편을 겸해 로비와 출구에도 변화를 줬다. 로비에서는 한글 조형성과 서체의 미에 관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출구에는 전망 좋은 휴식 공간이 마련됐다.

황준석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라며 "관람객들이 개편된 상설전을 돌아보며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상에 좋지 않은 점 뽑기' 한글 광고지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0일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에 관상에 좋지 않은 얼굴 점 뽑기 한글 광고지가 전시돼 있다. 2022.1.20 hama@yna.co.kr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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