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천 관여 안 해".. '구태' 몰린 홍준표 "대선 되겠나"
홍 의원 "국정 능력 담보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 전면 나서야"
이양수 수석대변인 "추천한다고 무조건 공천 되는 건 아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0일, 전날 홍준표 의원과의 만찬 회동에서 홍 의원이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재보선에 특정인사를 거론하며 전략공천을 요구한 데 대해 "저는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의 만찬에서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5곳의 국회의원 재보선 관련해 서울 종로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구 중남구 후보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일각에선 6월 치러지는 전국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홍 의원이 이 전 구청장을 교두보로 심어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이와 관련 당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는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만일 그러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권 본부장은 거듭 훙 후보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홍 의원의 공천 제안으로 파열음이 나온다"는 질문에 "파열음이 나온다는 얘기를 저는 아직 듣지 못했다"며 "뭐 그런 얘기가 있을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공정한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며 "(공천은)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놨다"고 거듭 강조한 윤 후보는 "더 구체적인 말씀을 하기 어렵다"고 홍 의원 요구가 공천 갈등으로 비춰지는 걸 경계했다.
"훌륭하고 전문성 있는 분이 오시면 국정 운영에 도움 되는 면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선거를 어떤 식으로 치를 것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애티튜드(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윤 후보는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에게 특정 후보 전략공천을 요청한 사실은 일단 인정했다.
공천 논란에 대해 홍준표 의원은 "종로에 최재형 같은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깨끗한 사람이고 행정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이어서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특정 인사를 거론한 사실을 인정했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이 "윤 후보와 전략공천 관련 이견이 있었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 "국민이 불안해하니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 증거가 된다"며 "그래서 요청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걸 두고 명분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들끼리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서"라고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낸 홍 의원은 "갈등을 수습해야 할 사람이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앞서 자신을 "구태"라고 비난한 권영세 본부장을 "분열의 씨앗"이라고 쏘아붙인 홍 의원은 "그런 사람이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나"고 불편한 심경을 거듭 드러냈다.
홍 의원은 "만약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서 정리를 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나"라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거듭해서 불쾌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홍 의원의 공천 요구에 대해 "훌륭한 분들을 추천해줘서 감사하다"면서도 "추천한다고 무조건 공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의원으로부터) 공천 제안이 있었다"며 "당과 국민이 함께 이뤄낸 합리적 의견 수렴과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수석 대변인은 그러면서 "공정 상식이라는 원칙 하에 공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윤 후보의 뜻"이라며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 공정과 상식으로 새로운 정치혁신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서만 정치 교체가 가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수석 대변인은 "홍 의원은 우리 당의 소중한 어른이자 함께 갈 동반자다"며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데에 홍 의원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의 특정 인사 전략공천 요구와 윤 후보가 사실상 이를 거부한 게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며 봉합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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