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D-7, 건설 노동자들 "현장 안전 여전히 안바뀌어"

이혜리 기자 2022. 1. 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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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건설 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10일째인 20일 건설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건설현장 안전 보장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하고 기업들에 처벌을 걱정할 게 아니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지금도 건설 노동자들은 ‘빨리빨리 속도전’ 압박을 받고 있다”며 “현장은 불법 도급과 공사기간 단축, 위험이 만연돼있기 때문에 정부 당국의 규제와 책임자 처벌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지난 17~18일 노동자 75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후 지난 1년간 건설현장의 안전 수준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3%만 달라졌다고 답했다. 이들은 안전을 중시하는 현장 분위기가 조성됐고, 안전감시단이 생기는 등 관리감독 강화, 추락방지망 설치 등 안전시설 확대로 위험요소가 줄었다고 했다.

반면 안전보호구와 안전시설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안전에 대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안전을 빌미로 통제가 강화되고, 보여주기식 형식적 안전검검을 한다고 한 노동자도 있었다. 안전보호구를 지급하느냐는 질문에 ‘잘 안준다’와 ‘현장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잘 안 준다’를 합쳐 40.4%나 됐다.

응답자의 80.7%는 광주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복수응답)으로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속도전’을 꼽았다. 그 외의 답변으로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55.6%), 공사비 감축에 따른 비용 부족(39.2%), 노동자 참여 없는 안전대책 수립(24.1%)이 있었다.

노조는 중대재해법과 별도로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 관련 법령인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공사는 사업주와 노동자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발주, 설계, 시공, 감리 등으로 각 과정마다 주체가 분리돼있어 일반적인 사업장과 다른 특성을 갖는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시행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은 오는 27일 시행된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의 책임 여부를 찾아가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조금 더 신속한 조사·수사가 필요하고 기존에 노동부가 접근하지 않았던 과학수사와 강제수사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어떤 안전조치를 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예산·인력·조직 등에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만 규정한다. 박 차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본적으로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을 확보하고 유해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관심을 기울이고 점검했느냐 여부를 타겟(목표)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관계자의 진술을 청취하는 신문 절차, 필요한 자료의 확보 등 절차에 있어서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대해 정부는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 차관은 “국회에서 논의가 된다면 노동부도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은 도급인의 책임을 묻더라도 시공사 중심으로 돼있는데, 건설안전을 위해서는 발주, 설계, 감리까지 포함해 각각의 주체들에 대한 여러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고 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산업재해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고, 건설현장 특수성을 감안해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되면 안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토부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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