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성의 삶 '내방가사' 조명 국내 최초 전시
송채은 앵커>
조선시대 이후 여성들이 '한글'로 지은 가사 작품을 '내방가사'라고 하는데요.
이런 내방가사를 처음으로 조명해보는 전시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과거 여성들의 다양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데요.
김유진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김유진 국민기자>
(국립한글박물관 / 서울시 용산구)
한글박물관 전시장에 들어서자 눈길을 끄는 글씨.
길이가 무려 14m나 되는 기다란 두루마리에 한글로 쓴 <헌수가>인데요.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내방가사 가운데 가장 긴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인터뷰> 서주연 /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
“친정아버지의 회갑을 맞이하여 딸이 아버지의 건강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필사한 작품입니다.”
<헌수가>는 일제강점기 당시 한 여성이 쓴 것, '인자하신 우리 부모 영영 행복하옵소서 이같이 좋은 모습 만고불변하옵소서'라는 구절이 보이는데요.
부모에 대한 진한 효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1867년 전후의 작품인 <기수가>라는 제목의 연작 7편도 선보였습니다.
출가한 딸들이 친정에서 잔치를 벌이고 <기수가>를 짓자 이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집 안 며느리들이 <답기수가>를 지었는데요.
시누이들이 친정집에서 무절제하게 노는 올케들을 꼬집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 양형민 / 서울시 관악구
“우리나라 여성들의 탄식, 한, 이런 우리 민족의 정서가...모든 사람의 한을 잘 보고 갑니다.”
'내방가사'를 주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 조선시대 이후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90여 편을 선보였습니다.
인터뷰> 서주연 /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
“내방가사를 조명하는 최초의 전시입니다.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부터 여성들이 문화의 주체로서 한글을 가지고 창작한 문학 장르 중 하나이고요.”
개화기를 거치면서 내방가사의 내용도 풍성해지는데요.
구한말 윤희순이 지은 <안사람 의병노래>가 대표적인 사례,
여성들도 의병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을 권장하는 내용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덴동어미 화전가>, 경북 영주지방에 전해지는 인물인 '덴동어미'의 고통스러운 삶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내용인데요.
'덴동어미'는 4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비극적인 인생을 살았던 여성입니다.
인터뷰> 임규리 / 경기도 안산시
“여성들의 삶에 대한 문학(작품)이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게 봤고요. 그 시대에 이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습들이 많이 공감되었던 것 같습니다.”
1892년 작품으로 처음 공개된 <계녀통론>, '어린 것을 남의 가문 보내놓고 시집살이하는 딸의 아비 되고 잊을쏘냐'라는 구절이 보입니다.
특이하게 세상을 떠난 어머니 대신 아버지가 지은 것인데요.
홀로 키운 딸이 시집을 가자 어미 없이 키운 자식이 시댁에서 배운 것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인터뷰> 유희봉 / 경기도 용인시
“옛날 사람들의 자식에 대한 정이라든가 가르치고 싶은 부모 마음이 애절하네요.”
(촬영: 이선형 국민기자)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특별전
▶ 기간: ~4월 10일까지
▶ 장소: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
옛 여성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기록으로써 큰 가치가 있는 내방가사 전시, 백신 접종 증명서 또는 유전자 증폭검사 결과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관람이 가능한데요.
오는 4월 10일까지 계속됩니다.
조선 후기에 큰 시대 변화를 겪으며 창작된 내방가사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전시.
봉건 사회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목소리를 냈던 여성들의 삶에 잠시 공감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국민리포트 김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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