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률 고작 25%..북적이던 경매법정 이젠 썰렁"

2022. 1. 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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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방법원 경매법정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 속에 경매 시장도 한파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 여실히 전해졌다.

연이은 금리인상과 더불어 대출규제에 따른 유동성 회수 움직임에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 느끼는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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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은 경매시장 가보니
한기마저 느껴지는 서울서부지법 경매법정
50여명 찾아와..두세달전 수백명때와 대조
"입찰마감 10분전" 외쳐도 사람 모이지 않아
코로나 직격탄 상가물건 응찰자 한명도 없어
입찰 법정 앞 게시판에서 매물을 살피는 응찰자의 모습. [연합]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조정을 맞는다고 하니, 경매에 오면 실거주용으로 시세 대비 크게 저렴한 물건이 있을까 찾아왔지만 눈길이 가는 물건이 없네요.”(서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만난 30대 A씨)

지난 18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방법원 경매법정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 속에 경매 시장도 한파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 여실히 전해졌다. 경매 투자자에 나선 이들의 숫자인 응찰자 수는 정부 규제나 시장 악재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표로 불린다. 그런데 이날 응찰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게 목격됐다. 연이은 금리인상과 더불어 대출규제에 따른 유동성 회수 움직임에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 느끼는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입찰마감을 1시간 여 남긴 시간 법정 앞에는 경매정보지를 나눠 주는 사람과 매각기일부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 입찰표를 신중히 써 내려 가는 사람 등 30~40여명이 전부였다. 집행관이 “입찰마감까지 30분 남았습니다”를 외쳤고, 시간이 흘러 “입찰마감까지 10분 남았습니다”를 외칠때 까지도 경매법정에 모인 사람은 크게 늘지 않았다. 11시 15분 집행관이 개찰 시작을 알렸지만, 방청석에 앉은 30여명과 뒤에 서서 지켜보는 20여명 가량이 전부였다. 법정에서 만난 40대 남성 A씨는 “몇 달 전만 해도 수백명 넘는 인파가 모여 통제가 안되니 개찰이 시작되면 법정에는 응찰자만 들어오게 하기도 했다”며 “경매 열기가 꺾인게 틀림없다”고 했다.

이날 낙찰된 물건은 총 11건이다. 경매에 나온 전체 물건이 40건을 넘었던 만큼 낙찰률은 25% 수준이다. 매각된 물건은 용도별로 다가구주택 1건, 다세대주택 8건, 단독주택 1건, 연립주택 1건이다. 아파트 물건은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2분의1 지분을 매각하는 것 빼고는 보이지 않았다. 지분을 매각하는 물건인 탓인지 그 마저도 응찰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아파트 경매 물건이 많지 않은 것은 최근 오른 집값 탓에 경매보다는 매매를 통해 빚을 받아내려는 채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상가 물건은 더욱 처참했다. 이날 경매에 올라온 15개의 상가들 전부가 응찰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경매시장에서도 상가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게 확연히 드러났다. 반면 권리관계만 잘 정리됐다면 주거시설들은 응찰자가 적게라도 나타났다.

집행관이 개찰에 앞서 응찰자가 10명이 넘는 물건은 미리 진행한다고 알렸지만, 끝내 응찰자가 10명이 넘는 물건은 없었다. 응찰자는 대부분이 5명 내외였고, 단독입찰한 것도 2건에 달했다. 두세달 전만 해도 물건 당 10명이 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날 가장 비싼 값에 팔린 물건은 8명이 응찰해 5억 1350만원에 팔린 은평구 다가구주택이었다. 최초경매가인 5억 4000만원에서 두차례 유찰되면서 3억 4500만원까지 값이 떨어진 물건이었다. 낙찰가율은 97.72%다. 낙찰자가 정해진 기한(낙찰일로부터 약 한 달 뒤)까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차순위 매수신고인이 권리를 갖게 된다.

이날 경매는 1시간 좀 넘게 진행됐다. 경매가 끝날 때 즈음에는 방청석이 텅텅비기 까지 했다. 법정안에는 단 한번도 낙찰을 받거나 입찰보증금을 수령하러 나가지 않는 단순 참관인들도 많았다. 30대 남성으로 보이는 한 단순 참관인은 “직장을 다니며 경매공부를 틈틈이 해서 현장 경험 삼아 나와봤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고 하니 적은 금액으로라도 선뜻 나서는 것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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