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기자 2022. 1. 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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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선 40여 일 앞 이전투구 격화

이미지 정치에 선심 공약 경쟁

희망은 국민의 현명한 판단뿐

높은 정권교체 여론의 의미는

도덕적 변혁적 관계적 리더십

주요 후보들 비교 어렵지 않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유력 후보 간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극에 이르고 있다. 야권 후보 배우자의 통화 내용 녹음 파일 공개에 이어 여권 후보의 욕설 파일 공개 요구 및 무속·미투 논쟁 등으로 대선 정국은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의 진흙탕 싸움이 돼 버렸다.

그나마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탈모(脫毛) 건강보험 또는 병사 월급 200만 원 등 임기응변적이고 단편적인 것뿐이다. 국가 미래를 위한 비전과 거시적 개혁 정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 곳간을 털어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하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고 온 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들고, 국민연금이 동나고 건강보험 적자는 불어나는데 고민하는 흔적이 없다.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SNS)을 동원해 연예 프로그램에 열을 내고 있으니 이미지 정치의 저급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암울한 대선에서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에 대한 기대뿐이다.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이라도 뽑아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정책 경쟁을 외면한 채 인기 영합주의에 빠져 정책 베끼기를 하고 있어 대안 선택이 쉽지 않다. 대신 후보들의 리더십을 평가하면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리더십의 자질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도 않고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국민이 직접 목격한 후보들의 리더십 자질만으로도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큰 여당과 제1야당 후보의 리더십을 자질·유형·조직운영의 세 차원에서 평가해 보자.

첫째, 리더십 자질은 도덕성과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도덕성에서 여당 후보는 본인 중심으로, 야당 후보는 배우자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 후보의 경우는 문제 사례가 많고 대장동 사건마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 치명적이다. 능력 면에서 경력을 보면 여 후보가 한 수 위로 보인다. 단, 야 후보는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본인 경력에서는 최정상에 올랐으며 정치에 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덕성과 능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나 일반적으로 도덕성이 더 평가를 받는다.

둘째, 리더십 유형으로는 거래적·변혁적 리더십이 있다. 거래적 리더십은 정책 결정과 정부 운영에 있어 적극적 역할을 하며 실용주의적 목표와 전략을 추구한다. 타협과 협상을 주로 하며 당과 정부의 관리를 중시한다. 여 후보는 이 유형에 가깝다. 변혁적 리더십은 비전과 영감을 제시하고 자신의 강한 신념과 정치적 의지를 실현하려 한다. 비전 달성을 위해 당(黨)·정부·국민으로부터의 지지를 동원하려 한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고 국민이 불러 나왔다는 야 후보가 이 유형에 가깝다.

셋째, 조직 운영은 지시적·관계적 리더십으로 구분된다. 지시적 리더십은 과제 지향적 행동을 하며 수행 목표, 계획 수립, 활동 조정 등 사업적 관계에 주된 관심을 가진다. 여 후보의 업무 처리와 대인관계를 보면 이런 성향이 강하다. 관계적 리더십은 관계 지향적 행동을 하며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조직원 간의 우호, 협력과 배려를 강조하며 자율성을 부여한다. 감성적 섬김의 리더십도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경향은 야 후보의 경력에서 뚜렷하다. 조직이 잘 정비돼 있지 않다면 전자가, 조직이 잘 정비돼 있다면 후자가 효과적이다.

이상은 정성평가(定性評價)이지 정량평가(定量評價)는 아니다. 그러나 두 후보가 상당히 대조적이어서 비교평가가 쉬운 편이다. 이 평가는 여야 어느 후보든 리더십의 한 측면만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니고, 그런 요소들을 특징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국민 다수가 정권교체를 바라고 시대정신(공정·정의·안전·경제)을 고려한다면, 도덕적·변혁적·관계적 리더십이 능력과 거래적·지시적 리더십보다 선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대선의 네거티브 공방전만 보고 있으면, 여 후보를 뽑자니 후보 본인이 무섭고, 야 후보를 뽑자니 그 배우자가 무섭다. 이제 대선을 긍정적 측면에서 후보의 리더십을 평가하면 그래도 희망적 선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 정책 평가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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