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이 땅에서 환생한 '데미안'
[경향신문]
데미안을 찾아서 2
남민우 지음
바른북스|256쪽|12,000원
뒤늦게 갈등에 빠져든 걸까 아니면 청춘의 일탈을 딛고, 스스로 알을 깨고 나아가려는 걸까. 문득 들어간 딸의 방에 있는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을 보고서 내 젊은 날 한때의 감정, 이제는 박제가 되어버린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요동치는 내면을 다독이며 속으로 기원했었다, 내 딸이 누군가가 규정한 선과 악을 넘어 자신의 길을 가기를…
“바람이 있다면
청년에겐 꿈과 자아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어른에겐 향수와 추억을 되살리고
모든 이에게 글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잔잔한 여운이 마음에 남길 바랄 뿐이다.
욕심을 낸다면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며
순수문학의 면모를 가지고
시대를 넘어 글을 접하는 모든 이에게
영감으로 다가가길….”
남민우가 장편 소설 <데미안을 찾아서> 1편에 이어 2편을 1년여 만에 발간했다.
1편이 주인공 민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면, 2편은 군에서 제대한 주인공 민이 성숙한 모습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시를 곁들여 담아냈다.
소설은 주인공과 함께 세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민의 형인 현우는 신부의 길을 걸으며 부딪힌 고뇌를 얘기하고, 철학적인 사색과 함께 종교적인 탐구와 접근을 보여준다. 그는 호스피스 병동과 인도에서 봉사 활동을 통해 다각도로 인간을 보고자 하며 동생인 민에게 인간의 참모습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선과 악의 존재를 마주하게 한다.
한국판 <데미안>을 그려내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친구 철규일 것이다.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아브락사스 신을 찾으러 발버둥 치고, 무한한 힘을 가진 메타트론 천사에 빠져 세상에 저항하며 반항하는 철규. 하지만 민에게 철규는 어둠의 세계에서 솟아오르는 게 아니라 자기 합리화를 통해 그가 더 큰 악의 세계에 빠져 있음을 느낀다. 철규의 죽음을 통해 방황과 자책 속에서 인생의 허무를 느끼던 민은 훗날 철규가 환생한 듯한 황금나비를 보며 청춘에서 또 하나의 바다를 건너게 된다.
마지막 한 사람은 민의 영원한 연인 엘리제다. 황홀한 만남의 기쁨과 곧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교차하는 애틋한 사랑. 우여곡절 끝에 민은 엘리제의 아픔을 사랑으로 보듬고 해피엔딩의 장면엔 피아노곡 <엘리제를 위하여>가 울려 퍼진다.
이렇듯 민이 성장하면서 겪는 고뇌와 갈등의 시간들은 그를 성장시키고 진정한 자아의 신을 찾아가게 했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며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우리에게 <데미안>은 이렇게 말하지만 세계는 그리고 세상은 아직도 거대한 벽이다. 하지만 주인공 민이 아브락사스를 찾아 젊은 날을 걷듯 <데미안>은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작가는 우리에게 세상을 읽는 법과 함께 걷는 법을 알려준다.
김창효 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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