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독서정책이 시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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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무엇인지 물으면 10명 중 7, 8명이 독서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진짜 취미가 독서인 사람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지금은 바빠서 못 읽지만 시간이 나면 책을 읽겠다는, 그러니 내 취미는 독서라고 말하던 이들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으로 벌이는 조사에서 한국 성인 중 지난 1년간(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 즉 독서율은 47.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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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취미가 무엇인지 물으면 10명 중 7, 8명이 독서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진짜 취미가 독서인 사람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지금은 바빠서 못 읽지만 시간이 나면 책을 읽겠다는, 그러니 내 취미는 독서라고 말하던 이들이었다. 교양인이라면 책을 봐야 하고, 독서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상식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책이 ‘보통의 취미’였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지난주 발표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한국 성인 중 1년에 책을 1권이라도 읽은 사람이 2명 중 1명도 채 안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으로 벌이는 조사에서 한국 성인 중 지난 1년간(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 즉 독서율은 47.5%였다. 한국인의 독서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라면 유일하게 20대 독서율이 2019년 77.8%에서 78.1%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미래에 기대를 걸 고리 하나는 남은 셈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책과 멀어져 성인 독서율은 20대 78.12%에 정점을 찍은 뒤 30대 68.8%, 40대 49.9%, 50대 35.7%, 60대 23.8%로 떨어졌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일 때문에 바빠서’와 ‘책 외의 매체·콘텐츠 이용’이었다. ‘일 때문에 바빠서’라면 일 중독인 한국인에겐 새롭지 않다. 변수라기보다는 상수에 가깝다. 다양한 콘텐츠는 새 변수가 될 만하다. 방송, 유튜브,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동영상서비스까지 콘텐츠의 폭발적인 증가를 생각하면 책에서 멀어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전 세계에서 독서율이 이렇게 급격히 떨어지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독서율은 2019년 72%로 2011년의 79%보다는 7%포인트 떨어졌으나 변함없이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요미우리(讀賣)신문 조사 결과, 최근 1개월간 책을 읽었다고 답하는 사람의 비율은 2020년 45%에서 2021년에는 오히려 47%로 늘었다.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책을 꼭 읽을 필요가 없다고, 유튜브 동영상이 더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책만이 갖는 깊이와 상상력이 있다. 가까운 예로, 영화는 줄거리를 알면 재미가 없지만 소설은 줄거리를 알아도 빠져든다. 그 세계의 깊이와 광대한 디테일 때문이다. 책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어떤 매체에 실리느냐와 관계없이 ‘언어’로 만들어진, 기승전결의 내적 구성이 완벽한 세계다. 그렇기에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이 되고, 유튜브 동영상 등에 등장하는 지식과 정보의 출처가 된다.
이 같은 책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중이다. 어떤 생태계든 소비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독자가 없으면 책도 없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성인의 40.7%, 학생의 22.8%가 책이 싫다고 답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독서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들이 책을 가깝게 느끼도록, 재미있게 펼치도록,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결국 그래서 현대라는 이 복잡한 세계 안에서 개인의 삶과 우리의 삶이 더 깊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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