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이촌향도 세대의 향수, 1가구1주택 정책의 함정

입력 2022. 1. 20. 11: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흘 후에는 한민족 농경문화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설날은 대도시에 사는 이촌향도(移村向都) 고령자들에게 어린 시절을 보낸 농촌과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아련하다. 짧은 기간에 신흥선진국으로 도약한 우리의 현대사에서 산업화 세대(1954년 이전 출생)와 6·25전쟁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4년 출생) 대부분은 농어촌에서 태어나서 청소년기에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사한 이촌향도 세대다.

한국은행이 국내총생산(GDP)을 처음 집계한 1953년 1인당 소득은 67달러다. 오랜 최빈국을 거쳐 1977년에 드디어 1000달러를 넘어섰다. 이촌향도 세대는 산업화 초기인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가난한 농어촌을 떠나서 서울 등 대도시로 일자리와 학업을 찾아서 이주한 공통점이 있다.

대도시에 사는 이촌향도 세대 마음의 근저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크다. 유교문화의 잔재인 농업은 본업(本業), 상업과 공업은 말업(末業)이라는 조선시대의 가치관, 과거 고향에서 자주 보았던 ‘농자천하대본’이라는 현수막 등 전통과 농촌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많다. 대체로 60세를 넘어선 이촌향도 세대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중산층의 삶을 살면서 우리 사회의 안정화와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즈음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포퓰리즘 공약보다 국가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지지하는 성향이 높다.

우리 경제는 2017년 1인당 소득 3만달러에 도달했고, 소득 4만달러 목표를 향하고 있다. 선진국가의 성공한 중산층·고령층의 로망은 농촌이나 바닷가·호숫가에 조그마한 ‘세컨드주택’을 갖고, 도시와 농촌을 왕래하며 휴식과 주말을 풍요롭게 보내는 것이다. 초경쟁사회, 초스트레스사회의 정신적 압박감을 전원생활에서 휴식으로 재충전할 수 있다. 가족을 위한 채소·화초재배, 정원가꾸기 등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가구가 단지 1주택만 보유해야 한다는 이념적 규제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중산층·고령층에게 고층 아파트 거주를 강요하고 고향·농어촌에 세컨드주택의 보유가 어렵다.

현재 농어촌 시군 지역의 절반 이상이 인구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폐가와 빈집 때문에 농어촌 정주 환경의 황폐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어떤 지역은 세 집 중 한 집이 빈집이다. 농촌의 인구소멸을 늦추려면 수도권 인구가 농어촌으로 유턴해야 하지만 일자리와 생계 문제로 농촌으로 유턴이 어렵다면 대도시와 농촌에 이중 거주의 권장이 차선책이다.

과거 정부는 대도시의 1주택 보유자에게 낙후된 농어촌이나 고향에 소규모 농가주택 구입 또는 주택 신축을 농촌경제 활성화대책으로 적극 장려했다.

이번 정부 들어와 소규모 농어촌·고향주택 보유자도 다주택자로 간주하여 종부세를 강화함에 따라 고향주택·농어촌주택 보유자가 곤경에 처해 있다. 고향에 아직 80대 이상의 노부모가 계신 경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농가주택 상속을 포기하거나 멸실해야 종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요즘 신문지면에 1가구 1주택 세금 혜택에 영향을 안 주는 6평 면적의 ‘농막주택’ 매매광고가 자주 나온다. 콘도형 주택을 개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함에도 명부상 1주택 보유에 영향을 안 주는 ‘이용권 주택’ 광고도 많다. 농어촌에 세컨드주택 보유를 희망하는 중산층·고령층을 대상으로 1주택 규제를 우회해 회피하는 새로운 유형의 풍선효과다.

농촌 회생을 위해 도입한 실효성 없는 고향세보다는 농촌주택 등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대도시 1주택 보유자에게 낙후된 농촌지역의 세컨드주택 구입, 소규모 농지 구입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소득 3만달러, 4만달러 시대에 맞는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이촌향도 세대의 질적인 행복추구를 보호하도록 경직된 1주택 함정에서 벗어나야 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bigroot@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