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 10대 손자들 실형..재판부는 책 '자전거 도둑' 선물

이승규 기자 2022. 1. 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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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31일 존속살해 등 혐의를 받는 A군 형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하지 말라” 등의 꾸중에 격분해 친할머니를 살해하거나 이를 방조한 10대 형제에게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일)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19)군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존속살해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된 A군의 동생 B(17)군에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군은 지난해 8월 30일 대구의 자택에서 친할머니 C(77)씨를 흉기로 60여 차례 찔러 살해했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다 동생 B군이 말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할머니의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라”는 A군의 지시에 따라 창문을 닫는 등 형의 범죄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재판 과정에서 할머니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 “평소 할머니가 ‘게임하지마라’ ‘급식 카드로 직접 음식을 사먹어라’고 해서 싫었고, ‘20살이 되면 집을 나가라’고 말해 불안했다”고 말했다.

A군 형제의 할머니는 지난 2012년 A군과 B군이 각각 9세와 7세일 때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이들을 길러왔다. A군 형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신체 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A군에 대해 “수년간 길러준 할머니를 살해한 범죄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불우한 성장 환경,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B군에 대해서는 “범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형이 할아버지를 살해하려 하자 만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A군 형제에게 故 박완서 작가의 책 ‘자전거 도둑’을 선물했다. 자전거 도둑은 박 작가가 쓴 6개 단편을 모은 소설로, 그 중 자전거 도둑 편은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어른들 속에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재판부는 “앞으로 두 형제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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