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골밑 지킴이' 김소니아, 파울트러블도 극복

양형석 2022. 1. 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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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 여자프로농구] 19일 하나원큐전 18득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 맹활약

[양형석 기자]

우리은행이 최하위 하나원큐를 꺾고 다시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원은 19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하나원큐와의 홈경기에서 84-70으로 승리했다. 새해 들어 3경기에서 1승 2패로 주춤하며 신한은행 에스버드에게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던 우리은행은 최근 3경기에서 하위 3개 팀을 차례로 꺾고 3연승을 질주하며 신한은행에게 반 경기 차이로 앞선 2위 자리를 되찾았다(15승8패). 

우리은행은 프로 4년 차 박지현이 24득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박혜진도 23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정통센터자원이 없는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182cm의 최이샘이 센터로 활약하고 있는데 정작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선수는 따로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파울트러블을 극복하고 18득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소니아가 그 주인공이다.

외국인 없는 우리은행 골밑 지킨 김소니아
 
 2년 만에 루마니아로 돌아갔다가 4년 만에 컴백한 김소니아는 한층 성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현대농구가 점점 포지션의 구분이 무의미해 지고 있지만 농구에서 여전히 골밑을 사수하는 센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시즌 21승 1패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KB스타즈에는 '국보센터' 박지수가 있고 '디펜딩 챔피언' 삼성생명 블루밍스에도 리그 최고의 '지능형 센터' 배혜윤이 있다. BNK 썸 역시 대만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진안이 골밑을 사수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센터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통합 6연패를 달리며 황금기를 달리던 시절에는 양지희라는 좋은 센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양지희는 외국인 선수와 임영희(우리은행 코치),박혜진 등 외곽플레이어들과의 뛰어난 연계플레이를 통해 기록지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던 센터였다. 특히 2015-2016 시즌에는 팀 동료 박혜진의 MVP 3연패를 저지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고질적인 무릎 및 허리 부상에 시달린 양지희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생활을 마감했지만 우리은행의 골밑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나탈리 어천와와 크리스탈 토마스, 르샨다 그레이 등 우리은행의 전력에 특화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해 팀 전술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적응시킨 것이다. 우리은행이 양지희 은퇴 후에도 세 시즌 연속으로 7할이 넘는 높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2020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일찍 마무리한 여자프로농구는 2020-2021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를 비롯해 뛰어난 토종 센터를 보유한 팀들이 유리할 거라는 전망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반면에 양지희 은퇴 후 토종 센터 영입 및 발굴에 소홀히 했던 우리은행은 상당히 불리한 시즌이 될 거라 전망됐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42.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김한별(BNK)과 배혜윤을 보유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함께 팀 리바운드 부문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오히려 박지수의 KB(41.8개)보다 0.8개 앞선 수치였다. 우리은행이 지난 시즌 다른 팀과의 높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골밑에서의 엄청난 투쟁심을 앞세워 신장대비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김소니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2쿼터 초반 4반칙, 경기 종료 직전에도 4반칙
 
 19일 하나원쿠전에서 2쿼터 초반 4반칙을 저지른 김소니아는 경기 종료 직전 교체될 때까지 단 하나의 파울도 추가하지 않았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소니아는 2012년 처음 한국땅을 밟았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두 시즌 만에 루마니아로 돌아갔다. 루마니아와 체코,폴란드 등 유럽무대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소니아는 2018년 4년 만에 다시 우리은행으로 복귀했다. 복귀 후 한층 성숙한 기량을 선보인 김소니아는 2018-2019 시즌 식스우먼상을 수상했고 2019-2020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28분을 소화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지난 시즌은 김소니아가 우리은행의 핵심선수로 도약한 시즌이었다.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소니아는 17.17득점 9.90리바운드 3.30어시스트 1.40스틸의 뛰어난 기록으로 MIP(기량발전상)를 수상하며 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고 남자친구였던 또 다른 혼혈선수 이승준과 혼인신고를 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계약기간 3년에 연봉 3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우리은행에 잔류한 김소니아는 이번 시즌에도 신장이 크지 않은 우리은행의 골밑을 사수하고 있다. 이번 시즌 21경기에 출전한 김소니아는 17.43득점 8.43리바운드 3.2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리바운드는 지난 시즌보다 약간 떨어졌지만 대신 3점슛 성공률이 29.8%에서 35.3%로 크게 향상되면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루트는 더욱 다양해졌다.

김소니아는 19일 하나원큐전에서 우리은행의 핵심선수다운 노련함을 뽐냈다. 여느 때처럼 적극적으로 수비에 나선 김소니아는 2쿼터 시작 20초 만에 4개의 파울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김소니아의 대체 선수가 마땅치 않았고 위성우 감독은 김소니아를 계속 코트에 남겨뒀다. 그리고 김소니아는 경기 막판 교체될 때까지 단 하나의 파울도 저지르지 않고 13개의 리바운드와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우리은행의 승리를 이끌었다.

1위 KB에게 6.5경기 차이로 뒤져 있고 4위 삼성생명에게 7경기 차이로 앞서 있는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2위 또는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칠 전망이다. 따라서 플레이오프 상대는 사실상 신한은행이 될 확률이 높다. 신한은행 역시 우리은행처럼 확실한 정통센터 없이 경기를 풀어가는 팀이다. 바꿔 말하면 김소니아가 골밑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준다면 우리은행이 2017-2018 시즌 이후 네 시즌 만에 챔프전에 오를 확률도 더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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