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바꾼 원태인 "46번 유니폼 산 팬들께 죄송합니다"

하남직 2022. 1. 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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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형 달았던 등번호 18번으로 변경.."가족에게 중요한 번호"
지난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영건으로 부상.."조금 다른 투구로, 비슷한 성적을"
삼성 라이온즈 영건 원태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원태인(22·삼성 라이온즈)은 지난해 팀 내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오승환(40)과 구자욱(29)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판매 순위'를 확인한 원태인은 미안함이 더 커졌다.

원태인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46번이 박힌 내 유니폼을 구매한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공교롭게도 팀 내 유니폼 판매 1위를 한 뒤에 등번호를 바꾸게 돼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46번을 달고 뛰었던 원태인은 2022년 등번호를 18번으로 바꾼다. '18번의 주인'이었던 심창민이 NC 다이노스로 떠나면서 원태인은 예전부터 원하던 등번호를 얻었다.

원태인은 "아버지(원민구 전 경복중 감독)와 형(원태진 원베이스볼 대표)이 현역 시절에 18번을 달았다. 나도 고교 때까지 18번을 달고 뛰었다"며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18번이 우리 가족에게 워낙 의미 있는 번호여서 변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번호를 얻었지만 팬들께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원태인은 "팬들께서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많은 돈을 들여 유니폼을 사신다. 등번호 변경을 서운하게 여기시는 게 당연하다"며 "팬들을 생각하며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엔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사과드리고자 한다"고 재차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삼성 라이온즈 젊은 에이스 원태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태인이 '삼성 에이스' 자리를 유지하면 삼성 팬들에게 '과거 46번 유니폼'은 추억이 담긴 기념품이 될 수 있다.

그는 "일단 내가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야구장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2022시즌에도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원태인은 20경기에 등판해 158⅔이닝을 던지며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4로 역투했다.

이닝, 다승 모두 개인 최다였다.

팀이 0-1로 패하긴 했지만, 10월 31일 열린 kt wiz와의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실점 8탈삼진의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원태인은 "지난해 우리 팀이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고도, 마지막 3경기(정규시즌 1위 결정전·플레이오프)에서 연속해서 패했다. 결과가 너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 선발 등판할 정도로 신뢰를 얻었다는 건 매우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후반기 징크스'를 털어낸 것도 큰 소득이다.

원태인은 2020년 전반기에 13차례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14경기 1승 8패 평균자책점 6.15로 고전했다.

2021년에는 후반기에는 4승 3패 평균자책점 3.78로 잘 버텼다.

원태인은 "지난해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이번에도 후반기에서 무너지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포수) 강민호 선배 등의 조언을 얻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티는 법을 배웠다"고 떠올렸다.

원태인-강민호 배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원태인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영건'으로 인정을 받았고, 도쿄올림픽 출전의 영예도 누렸다.

그러나 그는 자만하지 않는다.

원태인은 "나는 부족한 게 많다. 꾸준히 10승을 거두는 투수로 인정받으려면 몇 년은 더 잘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더 나은 투수가 되기 위한 고민은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일단 2022시즌의 화두는 '하이 패스트볼(높은 직구)'이다.

KBO 심판진은 최근 스트라이크존을 공 하나 정도 높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원태인은 "2021시즌 중반부터 강민호 선배가 '하이 패스트볼 제구에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작년까지는 내가 하이 패스트볼 제구에 자신이 없었다. 강민호 선배가 나를 배려하셔서 높은 직구 사인을 자주 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직구를 낮게 던지거나, 체인지업을 떨어뜨리는 건 자신이 있는데 하이 패스트볼을 던질 때는 나도 모르게 불안감을 느꼈다"며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고, 아래에서 위로 치는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들이 늘면서 하이 패스트볼 효과는 늘어날 것이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하이 패스트볼 제구는 내게 매우 중요한 화두"라고 밝혔다.

삼성 원태인 승리 향한 역투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태인은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등 변형 직구 연마에도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투심, 커터 연마는 장기 계획이다. 당장 2022년에 던지는 어려울 것 같다"며 "2∼3년 뒤에는 내게 또 다른 무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때를 위해 천천히 연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태인에게 2021년은 매우 특별했다.

스포츠투아이가 계산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4.50으로 토종 투수 중 고영표(kt wiz·5.41)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삼성 팬들은 알을 깨고 나온 '젊은 에이스' 원태인을 보며 열광했다.

원태인은 2021년의 감격을 충분히 즐기면서도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했다.

그는 "2022년에는 지난해와 조금 다른 투구로,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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