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홍보 합숙' 7층서 추락한 20대, 감금·집단구타 당했다

권순완 기자 2022. 1.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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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 7층에서 20대 청년이 떨어져 중태에 빠진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이 빌라 7층에는 A(28)씨 등 7명이 합숙을 하는 것처럼 함께 머물며 부동산 분양 홍보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가출한 후 숙식을 제공한다는 말에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 청년은 그 뒤 이 빌라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사실상 감금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7층에서 떨어지기 직전에는 테이프로 묶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작년 9월 B(21)씨는 집을 나온 후 갈 곳을 찾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숙식을 제공한다’는 A씨 업체의 구인 글을 보고 이 강서구 빌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7층에 있는 이 빌라는 복층 구조여서, 아래층에선 A씨 부부가, 위층에선 나머지 직원들이 생활했다. 직원들은 전단을 나눠주거나 전화를 돌리는 방식으로 오피스텔 등 부동산 상품을 분양하거나 홍보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분양에 성공할 때마다 인센티브 성격의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B씨는 한 달도 안 돼 일이 힘들다며 이곳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합숙소를 나온 지 3개월쯤 지난 이달 4일 B씨는 이 업체 직원들에게 붙잡혔다. 직원들은 B씨를 차에 강제로 태워 강서구 빌라로 다시 데려왔다고 한다. 경찰은 이때부터 사실상 강제 감금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때 직원들은 B씨를 강제로 삭발시키고 발코니에 세워둔 채 고무호스로 찬물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고 한다.

B씨는 사흘 뒤인 7일 다른 직원들과 밖에 나갔을 때 도망을 갔지만 9일 새벽 다시 잡혀왔다. 이때 이 업체 직원들은 목검 등으로 B씨를 집단 구타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테이프로 몸을 칭칭 묶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테이프를 끊고 탈출하려고 하다 이 빌라 발코니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태에 빠졌다가 최근 의식을 회복했지만, 몸 여러 곳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경찰이 지난 15일 이 빌라를 압수수색하자 직원들이 B씨 폭행에 사용한 목검과 고무호스, 테이프 포장지 등이 나왔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B씨를 다시 잡아와 감금하거나 구타한 이유에 대해 “그가 회삿돈에 손을 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 4명은 지난 12일 구속돼 이날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은 나머지 직원 3명도 공범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합숙소에서 다른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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