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미사일 놔두고 예멘 반군을 "강력 규탄"한 文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멘 반군의 중동 선박 나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같은 표현으로 비판했다.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민간 선박을 나포하고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규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에게는 이 상식이 이상하게 뒤바뀌어 있다.
올 들어 북이 신형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자 미·영 등 6국이 ‘규탄’ 성명을 냈다. “평화와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이 미사일은 모두 우리를 겨냥해 개발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북한 규탄에 불참했다.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도 “북한 규탄”이란 말은 미국만 했다. 2018년 남북 쇼 이후 문재인 정부가 북의 우리 국민 위협을 규탄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문 대통령은 중동인 희생은 ‘강력 규탄’하면서도 북이 우리 국민을 사살·소각까지 한 만행에 대해선 규탄을 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다음 날 가수 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의 ‘미안’ 한마디에 반색하기까지 했다. 북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민주당 의원은 규탄은커녕 “대포로 하지 않은 게 어디냐”고 했다.
최근 북 미사일은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음속 10배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은 열차에서 신형 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고도를 낮춰 사드 요격을 피하도록 개량한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전부 한미 방어망을 피해 우리를 공격하려는 무기들이다. 그래도 청와대는 “유감”만 반복하고 있다. 작년 9월 김여정이 금지했다고 입에서 ‘도발’이란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평화와 안보의 최대 위협이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다. 한국 대통령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북 위협을 규탄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서울에서 8000km 떨어진 예멘 반군의 중동 위협은 “강력 규탄”하면서 우리 국민 눈앞의 북 위협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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