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만배 "시의회 의장 줄게 대장동 달라" 그대로 실현, 뒷배 누군가

조선일보 2022. 1. 2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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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당시 최윤길(왼쪽) 성남시의회 의장이 성남시 농수산물유통센터에서 열린 김장 행사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김치를 먹여주고 있다. /독자 제공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12년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을 담당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직전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의장직을 줄 테니 의장이 돼서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를 도와 대장동 사업을 성사시키는 대가로 40억원을 약속받은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경찰의 최씨 구속영장에 나온 내용이라고 한다.

김씨의 말은 모두 실현됐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이던 최윤길씨는 당내 갈등 때문에 의장 경선에서 탈락했는데도 상대 당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의장에 당선됐다. 성남시 의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례적 사건이었다. 당시 김만배씨는 인터넷 언론사 기자였다. 1년 전 기자 신분으로 대장동 투기 세력에 합류해 정치권과 법조계 로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인터넷 기자인 일개 브로커가 어떻게 성남시와 수도권 대도시 시의회의 의장을 만들 수 있나. 그것도 상대 당의 몰표를 받아서 이뤄진 일이다.

이 이상하고도 믿기 힘든 일은 이재명 당시 시장이 민주당 의원들을 움직인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정말 무리한 억측인가. 이 시장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김만배씨는 나중에 법조 담당이면서 관계도 없는 이 시장을 인터뷰하고, 이 시장을 위해 권순일 대법관에게 ‘무죄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윤길씨는 의장 선출 직후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 시장은 2014년 최씨를 자신의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장동 사업 100% 공공 개발을 주장하던 이 시장은 1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조달할 길이 없자 방향을 바꿔 민간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추진했다. 공사 설립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야 했지만 문제는 새누리당의 반대였다. 이런 상황을 의장이 된 최윤길씨가 돌파했다. 이렇게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 직후 대장동 사업은 이 시장의 설계와 투기 세력의 작전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장동 의혹 관련자로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은 생전에 쓴 자필 편지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와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 결정을 했다”면서 “너무나 억울하다”고 했다. 의문과 의혹이 쏟아져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경찰은 이 모든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다. 이래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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