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傳女傳.. 하인두×하태임

정상혁 기자 2022. 1. 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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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조선스페이스 개관기념전]

한국 1세대 추상화 거장 하인두(1930~1989),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의 뜨거운 이름 하태임(49). 아버지와 딸이 여는 첫 ‘부녀전’이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 개관기념전으로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공개된다. 새로 문 연 갤러리 공간에서, 40여 점의 다르고 또 닮아있는 그림이 공명한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다.

하인두 1980년대 유화 '성상(聖像·160×130㎝)

앞산이 너무 높으면 빛이 들지 않는다. 하인두는 불교철학에 바탕한 기하학적 색면추상의 선구자다. “‘하인두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싫었다. 편견도 불편했다. 오랫동안 아버지 작품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그러나 하태임은 지난해부터 아버지의 그림을 골똘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이 오십에 접어드니 이제야 내 뿌리를 직시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아버지와 함께 기꺼이 조망되고 싶었다.” 그리고 존경을 담아 일종의 오마주(hommage) 그림을 그려냈다.

하태임은 캔버스 위에 곡선의 여러 색띠를 중첩하는 ‘통로’(Un Passage) 연작으로 일가를 이룬 인기 작가다. 본인만의 깔끔한 현대적 획으로, 불화·단청·민화의 정신성을 색상으로 건축했던 부친의 화풍을 재해석한 것이다. “내 그림이 우주를 스치는 빛의 일부를 담는다면, 아버지 그림은 화면 하나가 완전한 기승전결을 이루는 우주다. 아버지의 구도를 처음 시도해봤다.” 그렇게 하태임이 창조한 하인두의 세계가 탄생했다. 하인두의 1980년대 그림 ‘성상’<위>과 하태임이 지난해 완성한 ‘통로 No.211062′<아래>가 그 예로 갤러리 쇼윈도에 나란히 걸려있다. 전혀 다른 감수성, 그러나 오묘하게 서로를 관통하는 감각을 일별할 수 있다.

하태임 2021년작 'Un Passage No. 211062'(162×130㎝).

부친과 달리 딸은 색 자체, 색의 투명함에 집중한다. 프랑스 유학 당시 경험했던 소통의 어려움이 기저에 있다. 그의 그림은 언어를 초월한 내용 없는 아름다움인 셈이다. “몸을 컴퍼스 삼아 문자를 지워내듯 붓질하다 보니 자연스레 색의 곡선이 나왔다. 길(Passage)을 통과하면 다른 장소가 펼쳐진다. 내 그림 역시 궁극의 이미지에 닿기 위해 지나야 하는 수많은 길 중 하나일 것이다.”

인기를 증명하듯 개막도 하기 전 하태임의 그림 18점 모두 팔려나갔다. 이제는 ‘하태임의 아버지 하인두’로도 간혹 소개된다. 모친인 화가 류민자(80) 여사는 “남편이 본다면 ‘우리 딸 잘 컸다’ 얘기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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