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눈뜨면 그림부터 그려.. 버디 기록 세웠을 때만큼 행복해요"
“이제까지 가장 잘하고 좋아한 게 골프였지만 가슴 아픈 짝사랑이기도 했어요. 무심코 그리다 보니 이런 그림이 됐네요.”
영문자와 하트 모양으로 장식한 ‘아이 러브 골프’라는 제목의 그림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스타였던 골퍼 조윤지(31)의 변신 이유를 단박에 보여줬다. 그림 속 하트를 자세히 보니 영어로 ‘HATE(미워하다)’라는 알파벳 4글자로 구성돼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나이키 코리아에서 만난 조윤지는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 자주 생글생글 웃었다. 골프 선수 시절 조윤지는 포커페이스였다. 국보급이라던 멋진 페이드 샷(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샷)을 날리던 손으로 이제는 그림을 그린다.
그는 잘나가던 골퍼였다. ‘버디 퀸’이란 애칭이 따라붙는 그는 2015년 KLPGA투어 E1채리티 오픈에서 1번 홀부터 8번 홀까지 8홀 연속 버디 기록을 세웠다. 10년 만에 3승을 거두며 상금을 22억원 넘게 벌었다. 스포츠 스타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프로 야구 삼성 감독 대행을 지낸 조창수씨, 어머니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배구 스타 조혜정씨다. 언니 조윤희도 KLPGA투어에서 활약한 프로 골퍼다. 언니 따라 재미로 배운 골프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런 그가 2년 전 “너무 힘들다. 행복해지고 싶다”며 골프장을 떠났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적을 올리던 골프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는 몰아칠 땐 무섭게 버디를 잡다가도 쉽게 스코어를 잃기도 하는 스타일이었다. “자신을 꾹꾹 안으로 삼키고 절제하는 경기를 하다 보니 경기를 마치면 너무 힘들고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골프를 그만두기 직전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골프 경기하는 꿈을 꾸고 나면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처음엔 만류하던 부모님도 “너만 행복하면 된다”며 힘을 실어줬다. 어머니 조씨는 “저도 잘할 때 은퇴하자는 생각에 스물넷에 현역을 접긴 했지만 윤지처럼 아예 나만의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거꾸로 생각해본다”며 웃었다. 조윤지는 “어려서부터 골프만 했기 때문에 많은 선수가 골프를 그만두면 죽는 줄 안다”며 “지난번 이정민 선수 우승 파티에서 동료가 저에게도 많은 축하 인사를 해주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소셜 미디어에서 유명한 ‘골프화 아티스트’다. 선수 시절 그의 개성을 눈여겨보던 나이키 스포츠 마케팅 담당 박호근 부장 제의로 비매품 선물용 골프화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문이 나면서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 웃돈을 줄 테니 ‘조윤지 골프화’를 팔라는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나이키는 스포츠 선수와 화가의 시선을 동시에 갖춘 조윤지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협업 요청 제의가 쏟아진다.
조윤지는 “요즘은 캔버스에도 그리고 자다가 눈을 뜨면 아이 패드에도 그림을 그린다”며 “그럴 때마다 ‘내가 살아있구나’ ‘정말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는 5월 첫 전시회를 연다고 했다.
그의 그림 ‘아이 러브 골프’에는 통통하고 귀여운 동물 하나가 하트를 날리고 있다. 늘 웃는 것처럼 보이는 귀여운 얼굴로 유명한 캥거루과인 쿼카(Quokka)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조윤지는 “친구들이 아빠 닮은 것 같다고 하는데 나의 분신”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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