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뛰고, 中 경기둔화.. 'G2 리스크' 커진다

손진석 기자 2022. 1.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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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긴축태풍에, 전세계 금융시장 경고음
뉴욕증권거래소. /AP 연합뉴스

주말 이틀과 ‘마틴 루서 킹의 날’ 공휴일인 월요일까지 사흘을 쉰 미국 주식시장은 18일(현지 시각) 개장하자마자 휘청거렸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국채 금리도 급등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되돌아갔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 의지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올해 5%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은 미국발 긴축 태풍으로 흔들리고, 실물경제는 중국 경기 침체의 유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금융과 실물에 각각 영향을 미치는 ‘G2(미국·중국)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긴장감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미국 주식·채권시장 동요

이날 미국 채권시장이 개장하자마자 국채 금리가 빠르게 뛰어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87%로 올라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1.07%까지 오르며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해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높아지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은 물론 양적긴축(QT·채권을 팔아 시중 유동 자금을 흡수하는 통화정책)에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이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7%까지 올라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금리 급등의 충격으로 뉴욕 증시도 휘청거렸다. 이날 다우평균은 1.51%, S&P500은 1.84% 떨어졌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최근 3개월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메타(옛 페이스북)가 4.1%,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2.5% 각각 하락하는 등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은 가속도가 붙을 확률이 높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 물가는 7%가 올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에서는 자본 유출이 가시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올랐던 자산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채권과 주식 시장이 모두 불안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MMF(머니마켓펀드)나 RP(환매조건부채권)처럼 확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실물경제 타격 우려

미국이 금융시장에 회오리를 몰고 오는 가운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위험 요인이다.

중국은 지난해 1분기에 18.3%(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지만 이후 7.9%(2분기), 4.9%(3분기), 4%(4분기) 순으로 성장률이 떨어졌다. 올해는 5% 성장률을 사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며 봉쇄와 이동 금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이미 침체 국면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양책을 동원해 경기 급락을 방어하더라도 ‘중국발 리스크’는 해소되기 쉽지 않다. 저출산이 뚜렷한 중국에서는 지난해 출생아가 1062만명으로 대기근 시절인 1961년 이후 6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작년 중국 인구는 겨우 48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올해는 총인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 비율이 25%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 수출 기업들이 실적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G2 리스크에 대해 ‘회색 코뿔소’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고가 끊이지 않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이라는 뜻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면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며 “상황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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