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 산업 뒤처지면 제조업 경쟁력도 잃는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2022. 1.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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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우주가 주목받고 있으나 갈 길이 멀다. 한국의 경제력 규모는 세계 10위지만 항공, 특히 우주 분야에서의 순위는 민망할 정도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러시아를 제쳤지만 우주 투자는 러시아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투자가 부족해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각국은 산업화와 상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주 산업화에서 더 밀린다면 성장 자체가 흔들리는 위험에 빠지기 십상이다. 인공위성과 우주 통신, 달 자원 탐사 및 채굴은 가장 빠르게 성장할 미래 산업으로 손꼽힌다. 달에 매장된 고순도 희귀 광물이나 우주정거장 등에서 생산되는 초정밀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조업 경쟁력마저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 자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제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위기와 기회가 혼재된 상황에서 관건은 ‘현실적 격차와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미국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쳤으나 우리는 단숨에 뛰어넘어야 할 상황이다. 주지하듯이 미국 우주개발의 출발점은 소련에 뒤졌다는 충격(1957년 스푸트니크 쇼크)과 절박함이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확보한 기술·시설기반·인력이 보잉·록히드마틴·노스럽·레이시언 등 방산기업을 거쳐 최근 ‘스페이스X’ 등 혁신기업으로 흘러나가는 3단계 파급효과(spin off)를 거쳤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1단계 기반이 약한 가운데 바로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이라는 3단계로 점프가 가능할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극복할 수 있다.

첫째, 기존에 확보한 기술과 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T-50과 KF-21,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의 경험을 오롯이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의 성장사는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우주와 항공을 따로 보는 시각도 위험하다. 대기권 안이 항공이고 바깥이 우주다. 셋째, 정부 역할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미국의 우주 관련 혁신기업들의 매출도 절반이 정부 발주에서 나온다. 기술 개발 지원금의 비율은 더 높다. GDP 대비 0.04%인 관련 예산을 두 배로 올려도 프랑스(0.14%), 러시아(0.2%), 미국(0.21%) 수준을 훨씬 밑돈다.

항공 우주는 선택의 차원을 넘어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우리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자산도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에서 오늘날 같은 수준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특유의 도전 정신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에 도전하고 땀 흘릴 때 우리는 고부가가치 성장 동력을 추가할 수 있다. 안보를 위해서도 항공우주산업 중점 육성은 더욱 절실하다. 발사·감시·통신·제어 등 모든 기술이 국가 안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주는 이제 현실이다. 장자 첫머리에 나오는 거대한 새 ‘붕(鵬)’은 오늘날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우주통신으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커다란 물고기인 ‘곤(鯤)’이 하늘 전체를 덮는 붕새로 변하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한다. 우리에게는 기술 격차와 시간의 간극이라는 고통을 극복하고 우주로 나가야 할 소명이 있다. 위기는 기회의 도약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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