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배 올랐던 신라젠 상장폐지 가닥.. 소액주주들 "왜 상장땐 못걸러냈나"

홍준기 기자 2022. 1.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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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이전에 문제가 있었는데 거래소는 왜 이런 주식을 상장시켜 준 겁니까?”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무소 1층 로비에서 신라젠 소액 주주들은 거래소 관계자들에게 연신 항의를 이어갔다. 이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때문에 1년 8개월 동안 거래 정지 중인 신라젠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기업심사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신라젠의 신약 개발 능력이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추가로 확보한 1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회사를 회생시키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2014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5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혐의는 2016년 12월 신라젠이 상장되기 이전의 일이라는 점에서 “거래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김명환 신라젠주주연합 대표는 “개인이 신중하게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도, 거래소가 그런 범죄 혐의를 다 미리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우리는 거래소가 상장시킨 주식이기에 믿고 투자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신라젠 개인 소액 주주는 16만5246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6206만5797주로 거래 정지 직전 주가 1만2100원을 기준으로 해도 7510억원어치다. 전체 주주 중에서 1만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도 537명인데, 거래 정지 전 주가 기준으로도 1만주의 평가 가치는 1억원이 넘는다. 60대(2만4482명)나 70대(5399명) 등 고령 주주도 적지 않은 편이다.

신라젠은 2006년 3월에 설립된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간암 치료를 위한 면역항암제 ‘펙사벡’이 주요 상품이었다. 2016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신라젠은 2017년 11월에는 상장 첫날 종가(1만2850원)의 12배 가까운 15만2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주가 급등으로 개인 투자자들도 많이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신라젠 주가는 펙사벡의 상용화 가능성이 흔들리면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펙사벡의 임상 3상 시험 평가 회의를 진행한 뒤,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문은상 전 대표 등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신라젠 주가는 공모가(1만5000원)보다 낮은 1만2100원까지 낮아진 상태에서 2020년 5월 거래가 정지됐다.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한때 신라젠의 최대 주주였던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의 이철 전 대표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 ‘노사모’와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했고, VIK 설립 후 친노(親盧) 인사들을 다수 초청해 특강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없었다.

거래소는 다음 달 18일까지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신라젠을 상장폐지할지, 개선 기간을 추가로 부여할지 결정한다. 다음 달 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회사 측이 이의 제기를 하면 다시 한번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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