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北 감싸기, 중국에 得일까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2022. 1.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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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월 11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김정은 당 총비서도 현장을 참관했다./노동신문 뉴스1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30일 앞둔 지난 5일,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중국 국가체육총국에 편지를 전달했다. “적대 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 상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지만, 성대하고 훌륭한 올림픽 축제를 마련하려는 중국 동지들을 전적으로 지지‧응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다. 리 대사가 편지를 전달한 그날, 북한은 동해로 초음속 미사일을 쐈다.

베이징도 사정거리에 드는 미사일 발사는 올림픽을 앞두고 평화적인 대외 여건을 강조해온 중국에도 축포는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11·14·17일에도 이어졌다. 베이징은 북한을 비판하기보단 감쌌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중국이 강조하는 해법은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추진)과 대북 제재 철회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실제 행동은 방관에 가깝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만 나서지 않는다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탄도미사일을 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중국의 태도를 우리는 천안함·연평도 공격 때도 경험했다.

중국에게 현상유지 전략은 ‘남는 장사’였다. 남북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미국에 대해 지렛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보다 외교적 의미가 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신 주한미군 기지처럼 제한된 범위를 공격할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 변칙적으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순항미사일, 소형화된 전술핵 등이 대표적이다. 요격이 힘든 무기를 북한이 실전 배치할 경우 한·미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전략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방어 수단이 한국에 배치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돼 가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미 연합작전계획(작계) 개정을 시작했다. 몇 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미국에서는 동북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대에 맞서 작계에 중국 대응 계획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중국이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하려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원활한 병력 전개를 위해선 중국 개입 시나리오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작계의 최종본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여기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국이 의지가 있는지, 중국과 전략적 소통이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중국의 방관 속에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고 레드라인을 넘는 일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대문 앞은 베이징의 기대와 달리 앞으로 더 뜨겁고 불안하고 위험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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