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고통 받던 프리다 칼로, 지금 같으면 전기신호로 통증 막았을텐데…
몸 한가운데 척추 선을 가로지르는 철탑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철제 보정기다. 그리스 신전 기둥 모양을 하고 있지만, 기둥에 조각조각 금이 가있다. 부서진 기둥을 암시한다. 몸통은 천 벨트 코르셋으로 둘러싸여 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고, 얼굴과 몸 곳곳에 못이 박혀 있다. 극심한 아픔과 커다란 통증 속에 있음을 암시한다. 몸 뒤로 보이는 배경은 황량하고 건조한 사막이다. 그래도 굵은 M자형 눈썹과 거뭇한 콧수염에서 고통을 견디는 여인의 인내가 느껴진다. 자세는 무너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다.
이 그림은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가 1944년 그린 ‘부서진 기둥’(The Broken Column)이다. 그가 척추 수술을 받은 직후에 그렸다. 칼로는 1925년 열여덟 나이에 버스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왼쪽 다리는 대퇴골 골절을 비롯해 열 군데 가까이 골절상을 입었다. 척추도 세 군데 부서졌다. 오른쪽 발은 으깨진 채 탈구됐다. 이후 칼로는 32번의 수술을 받으며, 통증이 그의 삶에 박혔다. 한성구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명예교수는 그림 속의 의학(일조각 펴냄) 책을 내면서 “그림 속 인물을 통해 칼로는 울고 있으며, 황량한 벌판을 배경 삼아 자신이 외로운 존재임을 나타냈다”며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곡선을 보여주지만, 육체의 고통과 무너진 여성성을 형상화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칼로가 2022년 한국 병원의 진료실에 있다면 그의 통증은 어떻게 됐을까. 예전에는 심한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수술을 하거나 성난 신경을 가라앉히는 소염진통제를 썼다. 이제는 말초를 넘어 통증의 근원지인 뇌나 척수를 향한 중추적 대응을 한다. 난치성 통증 치료 전문가 이평복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신경이 압박 받아 3개월 이상 만성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마약성 약제를 척추관 안의 척수에 직접 주입하기도 한다”며 “약을 복용하는 것에 비해 300배 가까운 진통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약물을 척수 안에 조금씩 주입해주는 펌프도 나와있다.
척수 전기 자극기도 동원된다. 이 교수는 “약물 치료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척수 안에 전극선을 넣어서 전기를 흘려주면, 일종의 방해전파 역할을 하여 신경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때론 뇌 속에 이 같은 효과의 전극선을 심기도 한다. 진료실 밖 미술관 속 칼로의 부서진 기둥 그림은 고통과 인내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심리적 진통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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