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나이를 아는 유일한 동물
시간 지날수록 모두 노화되진 않아
더 화려해지고 생식력 높아지기도
인간만 나이 따라 스스로 옥죄는 듯
벌써 1월 중순이지만 올해 들어 처음 만난 사람과는 여전히 새해 인사를 나눈다. 생각해보니 나이가 어렸을 때는 윗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나이 질문을 자주 받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조차 거침없이 나이를 묻는 시대였기도 했고, 오랜만에 본 어린아이에게 딱히 물어볼 것도 없으니 나이라도 물었을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살요”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나이의 사회적 의미를 알고 난 뒤로는 “몇 살로 보여요?”라고 반문하기도 하고, ‘애먼 나이’와 ‘세는 나이’를 나눠 대답하기도 했다. 아직도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와 태도가 달라지다 보니 나이 질문을 받는 사람도 상대에 따라 응대한다.
사람은 지금까지 “모든 생물은 나이가 들수록 노화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만고의 진리 같았던 이 말에 어긋나는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되었다. 덴마크 진화생물학자 오언 존스(Owen Jones)는 사람을 포함한 생물 46종의 노화 양상을 비교해 생물의 노화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이나 범고래와 같은 포유류는 우리가 예상하듯 나이가 들면서 사망률이 증가했다. 그런데 사막거북(desert tortoise)은 사람과 정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생식능력이 높아지고 사망률은 낮아졌다. 민물에 사는 히드라(hydra)의 생식능력과 사망률은 평생 변화가 없었다. 특히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사망률이 증가하고도 여전히 오래 살 수 있는 생물이었다. 연구팀은 나이가 드는 것과 늙는다는 건 서로 상관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람은 자신의 나이를 머릿속에 새겨두면서 노화를 부추기는 것 같다. 만약 사람도 나이를 모르고 살았다면 나이가 들어도 노화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다가오는 설에는 떡국만 먹고 나이는 계산하지 않는 건 어떨까 하는 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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