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생각 없었는데.." KIA맨 나성범, 다시 친정 떠올린 이유 [현장스케치]

안준철 2022. 1. 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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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시간이었다."

나성범은 "홈 경기를 하는 듯한 느낌일 것 같다. 타석에 나오는 방향, 더그아웃, 유니폼이 모두 다르다. 팬분들이 내 등 뒤가 아닌 앞에서 봐야 할텐데 기분이 묘할 것 같다. 창원NC파크는 내게 익숙한 구장이다. 잘 적응할 수 있지만, 긴장도 될 것 같다.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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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시간이었다.”

KIA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나성범(33)은 친정 NC다이노스를 떠올렸다.

나성범은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솔직하게 (NC에) 애정이 많았고, 다른 팀에 갈 생각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19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KIA 타이거즈에 합류한 나성범(33)의 입단식이 진행됐다. 입단식을 마친 나성범이 그라운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광주 진흥고, 연세대를 졸업한 나성범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0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아 입단한 뒤 줄곧 공룡군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제9구단 NC 창단과 함께한 창단멤버이기도 했다. 2020년 NC의 첫 통합우승 때도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나성범은 NC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였다. 별명도 ‘나스타’였다. 창원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대학 시절까지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유명했던 나성범은 NC 입단 후 타자로 전향했고, 프로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12 212홈런 830타점 814득점을 기록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열리고도 나성범의 이적을 예상한 이들이 적었다. 하지만 명가 재건이라는 기치를 앞세운 KIA가 거액을 배팅했다. 6년 총액 150억 원(계약금 60억 원, 연봉 60억 원, 옵션 30억 원). 나성범은 “살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계약 당시를 떠올렸다.

2020시즌이 끝난 뒤에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던 나성범이다. NC가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사실 나성범이 NC에 남았더라면, 영구결번은 당연해 보였다. 나성범은 “(KIA의 제안을 받고) 정말 고민이 많았다. (NC에) 애정도 많았고, 솔직히 떠날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나성범은 단순히 조건에 움직이지 않았다. 나성범은 “장정석 단장님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셨고 협상 자리에서도 편안하게 해주셨다. 협상이라기보다 티타임이었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NC도 나성범이라는 존재가 애틋하다. NC가 창단한 이후 47번은 계속 나성범의 번호였다. 나성범은 떠났지만, 47번은 임시결번으로 놔뒀다. NC를 상징했던 나성범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의미였다. 이에 나성범도 잠시 감상에 젖었다. 그는 “다른 선수가 달게 될 줄 알았는데 기사를 보니 나에 대한 예우를 해줬다. 생각지도 못했다. NC 구단에 감사하다. 그만큼 나를 생각해 줬다”며 친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래도 이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올 시즌부터는 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나성범 더비로 관심을 모을 NC와의 창원 첫 경기는 4월 15일에 잡혀있다. 나성범은 이제 원정 선수로 많은 정이 쌓인 창원 NC파크를 찾게 된다. 나성범은 “홈 경기를 하는 듯한 느낌일 것 같다. 타석에 나오는 방향, 더그아웃, 유니폼이 모두 다르다. 팬분들이 내 등 뒤가 아닌 앞에서 봐야 할텐데 기분이 묘할 것 같다. 창원NC파크는 내게 익숙한 구장이다. 잘 적응할 수 있지만, 긴장도 될 것 같다.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NC 투수들과의 상대는 나성범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나성범은 “사실 (NC투수들과)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농담이었지만, 진심도 살짝 느껴졌다. 그는 “많이 상대해 본 투수들이 아니어서 내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루친스카나 파슨스는 연습할 때 던지는 걸 보면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모든 투수들과 잘 지내왔고 후배들도 많다. 후배들이 전부 나를 상대로 삼진을 잡으려고 이 악물고 있다. 장난으로 ‘맞히지만 말라’고 하긴 했다. 타석에서는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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