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18] 머무는 다리
인류는 식량과 연료, 거주지를 찾아 조금씩 더 멀리 이동하던 중 개천이나 강, 계곡과 같은 장애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돌을 던져 징검다리를 만들거나 죽은 나무를 옮겨 통나무 다리를 만드는 정도의 원초적 형태였다. 오랜 세월 동안 나무와 돌은 다리를 만드는 가장 보편적인 재료였다. 로마 시대의 수도관 다리(Roman Aqueduct)처럼 어떤 돌다리는 지금까지 2000년 이상을 버텨오고 있다<사진>. 산업혁명 이후인 18세기 말부터는 철과 콘크리트의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재료의 강도에 관한 이해와 수학적 계산이 결합되면서, 잘 짜인 형태와 기능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미학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노력도 반영되었다. 이때부터 길이도 아주 길고 디자인이 멋진 다리들이 등장했다.
다리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가는 걸 도와주는 구조물이다. 그래서 화합이나 연결의 상징으로도 자주 은유된다. 보통은 그저 지나가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가끔은 다리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다리가 아름다워서 잠시 감상을 하거나, 다른 행위를 위해서 멈추고 즐기는 순간들이다. 사람들을 머물게 하려고 설계된 다리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스탄불의 갈라타(Galata) 다리다. 터키의 많은 문학작품에도 등장하는데, 상부는 차량과 행인의 이동으로, 하부는 시장과 레스토랑들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강을 바라보거나 낚시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야경을 감상하는 경험은 특별하다.
피렌체의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는 다리의 양옆에 건물을 지음으로서 다리 위의 공간도 길거리의 연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느 길거리에서처럼 걷다가 두리번거리고 쇼핑도 한다. 다리 중간의 아치형으로 열린 지점에 이르러 강을 보기 전까지는 다리 위를 걷고 있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다리를 건너는 시간을 디자인한 경우다. 다리는 다리와 그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운 경우에만 머물고 싶다. 우리의 일상에서, 또 여행 중에서, 그런 다리를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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