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들 통해" "고문 모셔서" 드러나는 대장동 '검은돈'의 실체

2022. 1. 20. 0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간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일부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대장동 A12블록 아파트를 분양해서 얻은 수익금 420억 원을 어떻게 나눌지 정 회계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50개(억 원)가 몇 개(명)냐"며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동아일보DB.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간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일부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대장동 A12블록 아파트를 분양해서 얻은 수익금 420억 원을 어떻게 나눌지 정 회계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50개(억 원)가 몇 개(명)냐”며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김 씨는 이들 가운데 곽상도 전 의원과 관련해선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골치 아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채 씨에게 “한꺼번에 돈을 주면 어떻게 해?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말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는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았다. 문제가 되자 화천대유 측은 “질병에 대한 퇴직 위로금”이라고 주장했었다. 곽 전 의원은 부인하지만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은돈’이었음이 명확해진 셈이다.

녹취록에는 김 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도운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돈을 뭉텅이로 드릴 수는 없는 거고 고문이나 뭘로 모셔서”라고 말한 내용도 들어있다. 실제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 부회장을 맡았으며, 김 씨에게서 41억여 원을 약속받고 그중 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그제 구속됐다. 김 씨가 최 전 의장의 당선에도 관여했으며, 실행에 앞서 도개공 설립안 통과를 조건으로 “시의회 의장직을 제공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9월 녹취록을 제출받았지만 50억 클럽 수사는 5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다. 검찰은 김 씨에게서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검은 두 차례씩 소환 조사했지만 혐의를 규명해서 밝히지 않고 있다. 로비 자금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담긴 녹취록까지 갖고 있으면서도 50억 클럽 실체 규명에 실패한다면 검찰이 애초부터 수사할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