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질병' 척추 질환 예방하려면 1주일 3회 이상 40~50분 걸어야
몸을 지탱하는 척추의 무게는 고작 2㎏ 남짓하다. 이렇게 가벼운 척추가 30배 이상의 체중을 지탱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척추도 몸의 노화와 비례해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생긴다.
척추 질환은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이가 겪는 질병이다. 전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다.
최두용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건강한 일상을 위협하는 척추 질환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알아본다.
◇척추는 몸의 기둥… 척수 보호에 뇌와 말초신경 연결
척추는 33개의 뼈로 이뤄져 있고, 척추뼈 사이에는 23개의 스프링 같은 추간판(椎間板)이 존재한다. 추간판은 척추와 척추 사이에 단단하게 붙어 두 개의 척추를 연결한다. 또 척추가 움직일 때 압력을 분산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작용을 하며 안정성을 부여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동시에 척추는 뇌에서 이어지는 중추신경 다발인 척수(脊髓)를 감싸고 보호하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인 뇌와 말초신경계인 말초기관을 잇는 역할을 한다.
최두용 교수는 “척수는 몸의 촉각·압각·고유 감각·온도 감각·통증 감각 등의 감각 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또 뇌 신호를 몸통이나 팔다리 말단으로 전달하는 신경 통로인데 손상되면 여러 종류의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도 퇴행한다. 대부분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 관절염이 심하면 요통이 생기고, 추간판이 탄력을 잃고 형태와 성상이 변하면서 다양한 통증을 동반한 척추 질환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척추 질환자는 920만737명으로 2016년 839만7,832명에 비해 3년간 13.7% 증가했다. 경추 질환 환자까지 포함하면 환자는 1,157만여 명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최근 젊은 층에서도 척추 질환이 쉽게 관찰된다는 점이다. 실제 척추 질환의 연령대별 환자 분포를 보면 20, 30대 젊은 척추 질환자 비율이 2019년 기준 22%를 차지한다.
최두용 교수는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의 과도한 사용,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장시간 앉아 있는 환경, 늘어나는 스트레스, 바쁜 업무나 학업으로 인한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20, 30대 젊은 척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추간판탈출증, 보존적 치료만으로 상당히 호전
대표적인 척추 질환에는 흔히 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있다.
추간판의 가장자리에는 질긴 섬유륜이, 가운데에는 연한 젤리와 같은 수핵이 있는데, 퇴행하거나 외상을 입으면 섬유륜이 손상되고 수핵이 섬유륜 틈새로 빠져나와서 인접한 신경을 압박한다.
빠져나온 추간판으로 인한 물리적인 자극과 신경 주변의 염증으로 인한 화학적 자극 등으로 허리 통증과 신경을 따라 나타나는 방사통(경추의 경우 팔과 손, 요추의 경우 다리와 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추간판탈출증이다. 드물게 중추신경 자체를 압박해 팔다리 마비 혹은 대소변 장애 같은 심각한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신경 증상이 심하지 않은 추간판탈출증은 대부분 수술하지 않고 증상이 저절로 호전될 때가 많다. 휴식만 취해도 자연 치유되기도 하고, 약물ㆍ물리 치료, 운동 요법 등 보존적 치료로도 상당히 호전된다.
하지만 이들 치료로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면 경막외 주사 또는 신경근차단술 등 주사 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나 주사 요법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할 때, 또는 통증뿐만 아니라 팔다리 근력이 약화할 때 고려한다. 요추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세 수술 현미경이나 내시경 등을 이용해 탈출한 추간판만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경추는 해당 마디의 추간판 전체를 제거하는 동시에 두 개의 척추를 하나로 유합시키는 척추유합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공 디스크를 이용해 척추 움직임을 보존하는 수술법도 많이 이용된다. 또 경추 수술에도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법이 시행되기도 한다.
◇척추관협착증, 요추는 보존적 치료ㆍ경추는 수술
척추나 주변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 뼈 일부가 자라고 인대가 두꺼워진다. 이로 인해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안 신경을 압박하는데, 이를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한다.
허리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요추 4, 5번 사이에서 흔히 발생한다. 이 부위는 다행히 중추신경인 척수는 없고 말초신경다발만 존재해 압박 정도가 심해도 환자는 증상을 별로 느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걸을 때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이하 다리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을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약물 치료나 신경차단술 같은 주사 치료를 통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도한 다음, 통증 감소 효과가 없거나 다리 마비, 보행 장애가 생기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경추에 생기는 척추관협착증은 ‘경추 척추증성 척수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경추의 경우에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척추관 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경추 척추관협착증은 척수를 직접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최두용 교수는 “심한 경추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신경 압박ㆍ손상으로 인해 손이나 팔의 근력 약화와 함께 섬세한 손가락 놀림이 어려워지고 다리의 균형감각 소실과 보행 장애 등 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존적 치료로 질환 악화를 막기 힘들고, 한 번 신경이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기에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척추전위증, 뼈 미끄러짐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
척추전위증은 인접한 척추체 정렬이 어긋나면서 하나의 추체가 인접 추체보다 앞(전방 전위) 또는 뒤(후방 전위)로 전위되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가 밀려 나간다고 해서 ‘척추 미끄럼증’ 혹은 ‘척추탈위증’이라고도 불린다. 선천적으로 관절돌기가 손상됐거나 외상ㆍ척추 퇴행으로 상하 척추 연결부가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노화가 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령층과 50, 60대 여성에게 많이 생기지만 최근에는 오래 앉아 일하는 직장인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요추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호소하고, 심하면 엉덩이나 다리 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진단은 주로 X선 치료를 우선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관절 불안정성이 동반되면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바른 자세가 최고 예방법…주 3회 이상 40~50분 걸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척추외과 의사 나켐슨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바른 자세로만 앉아도 척추ㆍ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앉은 자세는 엉덩이가 등받이에 밀착되도록 의자 깊숙이 앉으며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구부린 무릎 각도는 90도를 유지한다.
앉을 때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은 허리에 최고의 적이다. 오랫동안 다리를 꼬는 습관은 허리와 골반 주변에 통증을 일으키고 척추가 변형될 수 있다.
잠자는 자세도 중요하다. 엉덩이가 가라앉는 정도가 1~2㎝ 되는 탄탄한 침구를 사용하고, 베개는 누웠을 때 어깨 위 목 높이 정도의 낮고 푹신한 것을 선택하되, 머리와 어깨까지 받쳐줄 수 있는 것이 목과 허리에 부담을 줄인다. 무엇보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척추나 허리 강화에 도움을 주는 걷기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40~50분씩 약간 빠르게 걷는 것이 추천된다.
최두용 교수는 “올바른 생활 습관과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 척추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하고 척추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평소 바른 자세로 척추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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