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졌지만 정말 잘 싸웠다

이정호 기자 2022. 1. 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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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2회전
세계랭킹 14위 샤포발로프 상대
1~3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 승부
4시간25분 혈투 끝, 2 대 3 석패

권순우가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 데니스 샤포발로프와의 경기에서 유니폼으로 땀을 닦고 있다. 멜버른 | 로이터연합뉴스

권순우(54위·당진시청)는 한때 세계 톱10에 올랐던 ‘영건’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코트 깊숙이 떨어지는 강력한 스트로크로 상대를 괴롭히면서 ‘대어’를 잡을 뻔했다. 4시간25분에 걸친 혈투 끝에 웃은 건 데니스 샤포발로프(14위·캐나다)였지만 후회 없이 잘 싸웠다.

권순우는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사흘째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샤포발로프에게 2-3(6-7<6-8> 7-6<7-3> 7-6<8-6> 5-7 2-6)으로 졌다. 3세트까지 타이브레이크 승부가 펼쳐지면서, 매 세트 거의 1시간이 소요됐다.

권순우는 1세트 초반 샤포발로프의 빠른 서브와 스핀이 많이 걸린 구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어렵게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지만 6-8로 졌다. 고비마다 터진 샤포발로프의 최고 시속 214㎞의 서브가 위력적이었다.

권순우는 2세트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는 빠르게 공격적인 템포로 스트로크를 치면서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5 상황을 뒤집은 3세트 타이브레이크 상황도 인상적이었다. 권순우는 자신의 서브권 2개를 모두 포인트로 연결해 추격에 나섰다. 샤포발로프가 다음 서브에서 점수를 따내 세트포인트까지 몰렸으나, 이후 3점을 내리 따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4세트 역시 팽팽했다. 그러나 권순우가 게임스코어 5-6에서 서브게임을 놓치는 바람에 5세트 승부를 허용했다. 흔들린 권순우는 5세트에서 자신의 첫 서브게임까지 뺏겼다. 결국 이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샤포발로프는 서브 에이스 29개(권순우 3개)를 기록하며 힘겨웠던 경기를 풀어냈다.

비록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권순우는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았다. 다른 세 번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승리를 맛봤던 권순우는 호주오픈 5번째 도전 만에 본선 첫 승리 기쁨을 누렸다. 세계 10위권과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이상의 성과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2회전 진출 상금 15만4000호주달러(약 1억3000만원), 랭킹 포인트 45점을 받았다. 권순우는 남자 복식에 마르코스 기론(미국)과 한 조로 출전, 호주오픈 일정을 이어간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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