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감시단 "두 눈 부릅뜨고 아이들 지킵니다"
[경향신문]
작년 10월 자발적 시민모임 발족
SNS서 유해 게시물 찾아내 신고
처벌보다 사전 차단이 중요한데
삭제 요청해도 거부당하기 일쑤
시, 올해 통합지원기관 신설키로
“코로나19 유행 후 청소년들의 온라인 활동이 급증하면서 범죄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나 보호조치는 현실적으로 미흡해요. ‘부엉이 감시단’은 작은 힘이라도 모아 청소년 유해물을 감시·고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서울 서대문구 ‘디지털 부엉이 시민모임’의 김양선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는 19일 감시단의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감시단 이름에 ‘밤의 제왕’ 부엉이를 붙인 것도 “청소년을 유해 매체물에서 밤낮없이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디지털 부엉이 감시단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출범한 자발적 시민모임이다. 서대문구와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주축이 돼 대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 등 30명으로 시작했다.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성범죄물과 청소년 유해 매체물 등을 모니터링해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이 모인 이유이자 목표다.
감시단 발족은 지난해 5~6월 서대문구가 관내 초등학교 5·6학년 60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성 인식 실태조사가 기폭제가 됐다. 당시 조사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실시했는데, 응답 청소년 5명 중 1명이 ‘기분 나쁜 야한 농담과 성 관련 언어를 들어봤거나 관련 행동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 관련 피해는 주로 온라인 영상을 통해 발생했다. 그러나 피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했다.
이들의 활동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각종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발견한 유해 게시물의 신고·삭제 요청이 주를 이룬다. 발족 이후 3개월간 이들이 신고한 성범죄 및 유해 게시물은 이날 기준으로 총 179건에 이른다.
자율적으로 모인 봉사활동이라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유해 게시물로 신고해도 삭제가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감시단 안찬우씨는 “신고 후 SNS 운영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검토과정을 거치는데 간혹 ‘유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삭제가 어렵다’는 답변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상담사는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운영업체에 지속적으로 삭제를 요청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감시단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 캠페인과 홍보활동 등도 벌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행해지다 보니 피해가 무제한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촬영과 시청, 다운로드, 댓글 등을 통해 수많은 가해자가 존재해 범죄로 인식하는 정도나 죄책감이 적다.
안씨는 “당장 필요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 사전 예방인데, 뉴스 등을 통해 접하는 것은 대체로 사후 처벌에 관한 것”이라며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게시물 신고는 사소한 활동이지만, 모이고 모여 사전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감시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시민 신고로 온라인 성매매 유인 광고 등을 적발하고 있다. 2011년 ‘인터넷 시민감시단’을 발족했는데, 매년 감시단을 모집해 온라인상 성매매 알선 광고와 불법 유해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신고한다. 이들이 지난 10년간 적발한 성매매 유인 광고 등 불법·유해 정보는 50만7876건에 이른다. 시는 이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피해 촬영물 삭제 등을 지원하는 통합지원기관을 올해 상반기에 신설할 계획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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