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막기' '에너지 차단'.. 미·러, 강력 카드 들고 우크라 담판 2라운드
[경향신문]
양국 외교수장 내일 재회동
미 “우크라 침공 시 금융제재”
러, 달러 의존도 점차 줄여와
에너지 차단 땐 유럽 직격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이 전쟁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러 외교 수장이 다시 만나 해법을 조율할 예정이다.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의 1차 연쇄회담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담판 회담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국제결제망 퇴출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침공 시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차단으로 이어져 유럽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주 유럽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오는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다고 18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2일 스웨덴 스톡홀름 회동 이후 40여일 만에 미·러 외교 수장이 다시 만나는 것이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은 외교적 출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50%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외교적 타협을 시도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독일 매체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내 새로운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진짜로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동맹국에 사는 거의 1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추가적인 군사 지원과 러시아 제재 방안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CNN 방송은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 방공 무기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러시아 제재망도 좁히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국제결제망 차단을 포함해 “테이블에서 벗어난 옵션은 없다”고 밝혔다. 국제결제망에서 퇴출되면 러시아는 달러를 이용한 수출입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재 이란, 북한 등이 이와 같은 초강력 금융 제재를 받고 있으며 그 위력 면에서 ‘핵 옵션’으로까지 불린다. 그동안 러시아 제재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양국을 잇는 가스관 프로젝트인 ‘노르트스트림2’ 중단 등 모든 옵션이 논의될 것이라며 러시아 압박에 동참했다.
하지만 국제결제망 차단 등의 제재 방안이 러시아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달러화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여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2014~2019년 러시아의 국제교역·금융 결제 통화 중에서 달러의 비중은 15~2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16.4%로 유로화나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탈달러화 연대를 선언한 중국의 위안화 비중은 13.1%로 올라섰다.
반면 유럽은 에너지 수급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EU는 가스의 약 35~40%, 석유의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러시아가 티타늄이나 우라늄 수출 중단 조치로 맞불을 놓을 경우 보잉, 록히드마틴 등 항공, 우주 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박효재·김유진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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