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같이 산 아내도 속았다..10억 들고 사라진 남편 정체는?

20년 전 주민등록 말소..형 행세하며 살아
부동산 투자 사기도..피해 금액 10억 넘어

MBC 방송 캡처

[서울경제]

아내와 처가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갑자기 사라진 50대 남성이 돌연 잠적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라진 남성 김 모씨는 20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돼 형의 이름으로 살아온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18일 MBC에 따르면 15년 전 A씨와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김씨는 지난해 12월 돌연 자취를 감췄다. 김씨가 사라지기 전날 A씨는 남편이 자신의 언니와 조카들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따져 물었다. 김씨는 조만간 돈이 나오면 빌린 돈을 모두 갚겠다고 했으나 다음날 자취를 감췄다.

A씨는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15년 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편 가족들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남편 김씨는 이미 20여 년 전에 주민등록이 말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김씨가 형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전화를 개통하는 등 형 행세를 하며 수십 년을 살아온 것이다.

A씨는 김씨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사는 동안 김씨는 A씨에게 가족을 소개해 주지도, 친구를 만나러 가지도 않는 등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다른 공인중개사 명의를 빌려 1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했는데,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투자 피해자들에게 실제로 이자가 지급됐으나, 김씨가 지급한 이자는 투자 수익금이 아닌 이른바 현금 돌려막기였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4명이며 피해액은 10억원이 넘는다. A씨와 김씨의 친형 부부, 투자 피해자들은 사기와 명의도용 등의 혐의로 사라진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주희 인턴기자 heehee21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