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샤포발로프 "정말 힘든 경기였다. 4세트가 승부처"
[백승원 객원기자] 세계 14위의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가 권순우와 4시간 25분의 마라톤 게임을 끝낸 후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공식 인터뷰는 현장에 있는 기자와 온라인으로 등록한 기자들이 합동으로 진행되었다.
Q 믿기 힘든 5세트 경기였다. 경기 소감은?
맞다. 정말 힘든 경기였다. 경기 전부터 오늘 경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정말 힘들었다. 두번째와 세번째 세트에서 제법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모두 날렸고, 경기는 결국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뒤집은 것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운 것에 대해 스스로 칭찬한다. 결국 승리하여 기쁘다.
Q. 오늘 날씨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땠나?
매우 까다로웠다. 경기장에 소용돌이와 함께 바람이 많이 불었기에 경기하기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번째로 큰 경기장인 마가렛 코트 아레나에서 경기할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 코트 바깥처럼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씨 자체가 덥고 바람도 많이 불었기에, 경기하기에는 좀 재미있는 상황(fun conditions)이었다.
Q. 경기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4세트 2-2에서 샤포발로프의 서브였던 상황에서, 권순우가 브레이크 상황을 맞이했다. 그 상황에서 노룩 백핸드로 오버헤드샷으로 게임을 이어갔다. 그 상황 기억나나? 당시 그렇게 중요한 포인트에서 그 샷의 성공이 경기에 얼마나 중요했다고 생각하나? (이 질문은 캐나다 기자가 함)
맞다. 매우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 그 샷이 오늘 경기의 승리를 도운 것이 확실하다. 그 직전 상대 선수가 모든 상황을 잘 볼 수 있었기에 상대가 크로스 코트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당시 크로스 코트가 상대에게 완전히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상대는 그곳에서 로브로 응수했고, 그랬기에 내가 당시 상황에서 백핸드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었다.
이것이 오늘 경기의 무게 중심을 나에게로 약간 돌리게된 계기가 되었다. 그덕에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고 이후 다음 경기에서 브레이크를 해, 네번째 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 물론 그 순간 역시 참 중요했지만 한편으론 오늘 경기에서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순간도 참 많았다. 사실 그런게 테니스다. 상대가 당연히 나의 그 샷을 응수하며 크로스 코트를 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Q. 선수생활을 하며 여기 저기에서 기회를 놓친 적도 많다는 걸 알기에 하는 질문이다. 그런 실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수생활을 잘 하고 있다. 오늘 역시 3세트에서 세트 포인트를 놓치고 그 세트를 결국 지면서 끌려갔다. 3, 4년 전에도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처럼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혹은 이제 경험을 통해 성숙함이 배가 되었기에 오늘 경기를 이긴 것이라고 생각하나?
2 ~ 3년 전만 해도 쉬운 경기를 진 적도 많았다. 만약 4세트에서 놓쳤다면 오늘 경기에서 졌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중,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선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 뿐이다. 행운이 내 편이 아니라고 느끼더라도 경기가 도저히 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맞다. 그런게 바로 성숙함이다. 오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것에 대해 정말 기쁘다.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경기의 무게추를 바꾸어 승리했다.
Q. 마지막 세트와 직전 네 세트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나? (이 질문은 테니스코리아가 함)
나는 무엇보다 내 스스로 내 게임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인 권순우가 마지막에 체력적으로 나보다 약간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세트에서 권순우가 약간 피로함을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상대가 5세트 경기 경험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이번 경기 전까지 5세트까지 가는 경기를 제법 많이 했기에 언제 압박을 줘야할지, 반대로 언제는 약간 좀 쉬어가야 하는지 등 경기 중 강약 조절법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랬기에 상대에게 분위기가 넘어간 순간에도 ‘일단 내가 플레이를 꾸준히 잘 해나간다면 상대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이어갔고 결국 4세트를 내가 승리함으로써, 상대가 오늘 경기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 부분을 이용하려고 했다.
Q. 3세트 끝나고 어땠나? 굉장히 타이트했고, 심지어 타이브레이크에서 앞서다가 졌다. 이후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나?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 두번째 세트도 힘들었다. 2세트에서도 상대 서브에서 세트 포인트까지 몰렸었고, 이어진 3세트에서도 타이브레이크에 갔는데 초반 이기고 있었다. 그 세트를 졌기에 무척이나 힘들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코트에서는 앞선 상황을 빨리 잊고 싸워야한다. 그리고 사실 선수는 코트에서 그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 경기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상대는 중요한 순간에 매우 견고하게 플레이를 했다. 그랬기에 경기가 지속되다보면 ‘한두번의 기회가 나에게 분명히 올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했다. 그래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네번째 세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것이 내가 나 자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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