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그녀들의 이야기..'미싱타는 여자들'
[EBS 저녁뉴스]
오늘 <지성과 감성>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1970년대, 평화시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던 어린 소녀들이,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만났다고 하는데요.
그들이 되짚어보는 그 시절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만나 보시죠.
[리포트]
- 미경 언니에게. 언니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있는지 궁금. 나 역시 잘 있어. 요즘은 춥지? 미안해. 면회 한 번 안 가서 편지 쓰다가 찢어버리곤 했어. 이 편지가 잘 전해질지 모르겠어. 그럼 언니 잘 있어 미안해. 나는 미안하단 말뿐이 하질 못하겠어. 안녕. 77년 12월 9일 경숙 씀
1970년대, 평화시장에서 어린 나이에 가족과 생계를 챙겨야 했던 소녀 미싱사들이 다시 만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겨우 열세 살, 혹은 열여섯 살, 그녀들이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면서 '시다', '공순이'라 불려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 아버지가 여자는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거야
- 왜?
- 모르지. 옛날 사람 여자는 공부 시키면 안 된다고 하잖아. 그래가지고 공부를 하지 말라는 거야. 그래서 중학교를 안 보내주는 거야. 형편이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닌데
자신의 인생에 선택지조차 없었던 때, 이들은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았는데요.
노동조합에서 만든 노동교실은 작은 희망의 새싹을 틔워 주었습니다.
- 팜플렛이 왔어요. 다림사 공장으로. 중등과정 무료라고 써 있더라고요. 내가 처음으로 신순애란 내 이름을 그때 처음으로 써봤어요. 아마 공장 와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쓴 거죠. 나는 늘 7번 시다, 아니면 1번 오야 미싱사로 불렸지 신순애란 이름을 그때 처음으로 쓴 거예요
하지만 이 노동교실은 얼마 가지 못해 큰 위기를 맞습니다.
- 저들이 말하는 노동조합은 빨갱이들이 하는 짓이고 노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교실은 빨갱이 양성소지. 당연히 폐쇄시켜야지. 저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폐쇄시켰겠죠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은 1970년대에 평화시장의 소녀 미싱사로 일했던 주인공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을 포함한 14명의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왜 그토록 어린 나이에 펜이 아닌 미싱을 잡게 됐는지, 그들에게 세상을 가르쳐준 노동교실은 어떤 의미인지, 각자의 기억과 사진, 편지 등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는데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그 시대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 너희처럼 지금 이렇게 밤늦도록 일하고 한 달에 한두 번도 안 쉬고 이렇게는 일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런 희망이 있구나. 아 그렇게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제2의 전태일은 내가 여자지만 내가 되겠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은 내일부터 관객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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