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외국인 인부 8명이 '묻지마 타설'.. 사고 후 종적 감춰

김동욱 2022. 1. 19. 18: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직전 타설작업 현장을 촬영한 영상은 근로자들이 작업상황을 관리자에게 알리기 위한 보고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와 현장 근로자 등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콘크리트 타설에는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은 중국인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참여했으며 작업 상황을 관리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작업현상을 촬영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 참사' 속속 드러나는 人災
붕괴 직전 촬영한 현장 동영상
작업상황 보고·지시 받는 용도
타설 때 감독관 등 부재 가능성
재하도급 업체가 시공 드러나
8인 모두 中 국적.. 조사도 못 해
잔재물 치우며 수색작업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9일째인 19일 수색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가 31층에서 잔재물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직전 타설작업 현장을 촬영한 영상은 근로자들이 작업상황을 관리자에게 알리기 위한 보고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타설작업에 기술력이 낮거나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투입되면서 작업 진행상황을 윗선에 알리고 추가작업 지시를 받는 용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찍었다는 것이다.

19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와 현장 근로자 등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콘크리트 타설에는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은 중국인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참여했으며 작업 상황을 관리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작업현상을 촬영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해 작업과 진행상황 보고 등을 지시한 업체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나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직접 하도급 계약한 A전문건설업체가 아닌 B펌프카 장비 공급사로 확인됐다. B업체가 작업한 상황을 A업체에 보고하면 다시 시공사에게 보고한 구조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타설 당시 시공사는 물론 하도급 업체 공정 담당자, 공사 감독관, 감리 등이 현장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경찰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시 레미콘 업체를 통해 인부까지 일괄 공급받아 작업을 맡기는 게 보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22층에서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잔해 사이로 탐색 장비인 써치탭(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부착된 봉)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특히 콘크리트 타설 근로자의 작업능력이 부실시공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발생 전 39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한 근로자들은 모두 8명이며 레미콘 장비업체가 현장에 투입한 중국 국적 외국인들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고 직후 종적을 감춰 정확한 신분과 보유기술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을 불법 하도급 업체에 떠맡기다 보니 현장 안전관리는 물론 붕괴 위기상황에서 대처하는 능력도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오후 3시35분쯤 콘크리트 타설을 마친 뒤 촬영한 2분10초가량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촬영 근로자는 최상층인 39층 바닥에 설치된 거푸집이 순간 ‘더덕’소리를 내며 콘크리트 바닥 면과 분리되는 위기상황을 목격하고도 “아이∼”라며 짜증 섞인 욕설을 내뱉을 뿐 곧바로 이를 작업 관리자에게 전파하는 등 대처하지 않았다. 촬영 10여분 뒤 38∼23층까지 바닥 면과 외벽 등 구조물이 무너졌다.

해당 영상 촬영자는 타설작업을 관리한 중국 국적의 타설반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지시받은 대로 인부들과 타설했을 뿐 공사 진행상황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재하도급 여부와 이로 인한 ‘건설 단가 후려치기’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외국인 건설 근로자들 상당수는 한국어로 잘 소통하지 못한 데다 숙련도 등 기능도 검증하지 못하다 보니 시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 현장 노무팀 관계자는 “중국인이나 중국 재외동포 등을 확보한 뒤 전국 건설 현장에 조달하는 전문 브로커들도 성행하고 있다”며 “갈수록 내국인 고용이 쉽지 않은 데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시에 딴지를 걸지 않고 근로감독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건설 현장 단순 시공 인력은 인력사무소 소개로 현장 경험이 많은 내국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50∼90%가량 차지하고 있다. 상당수는 관련 비자가 없거나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력이 높고 현장 시공 경험이 많은 근로자들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데다 취업비자(H-2)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건설 인부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입국이 제한되면서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광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