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하루 전 "양호"..감리보고서, '엉터리'로 작성됐다

한현묵 2022. 1.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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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건설 과정이 양호하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하루 전에 감리단이 광주 서구에 제출한 감리보고서 검토 의견이다.

사고 현장 감리단은 기계·구조체·전기·소방 등 분야별 기술자 8명(상주 7명·비상주 1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붕괴된 사고 현장 감리 3명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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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6개월간 작성 11권 '엉터리'
참사 한달 전 앞동서 바닥 붕괴
공사 중단하고 재시공 했는데
보고서에 사고 사실 기록 전무
타워크레인 주기둥 붕괴 우려
조종실 등 상단부만 해체키로
現産 본사·광주 서구 압수수색
지난 17일 관계자들이 설치가 완료된 해체용 크레인을 이용해 붕괴 건물에 기대어 있는 타워크레인 해체를 위해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건설 과정이 양호하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하루 전에 감리단이 광주 서구에 제출한 감리보고서 검토 의견이다.

이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2019년 5월 수도권 소재 건축사무소가 감리를 맡은 후 분기마다 보고서를 제출했다. 2년6개월간 작성된 감리보고서는 모두 11권에 달하지만 어디에도 문제점은 지적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감리보고서를 보면 종합 의견은 ‘적합’으로 적혀 있다. 공정과 시공, 품질, 안전관리 등이 보통 이상의 평가기준으로 양호하다는 의견을 냈다. 검토 의견은 ‘적합’과 ‘보완필요’, ‘부적합’ 등 3가지로 낼 수 있다. 이번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된 거푸집과 철근작업, 레미콘 품질 시험, 콘크리트 공사 등 모두 ‘적합’으로 평가했다. 적합은 공사 현장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관들이 19일 광주 서구 주택과를 압수수색한 뒤 관련 서류를 들고 나오고 있다. 광주=뉴스1
하지만 붕괴 아파트 현장은 부실투성이였다. 이미 한 달 전에 이번에 붕괴된 201동의 앞동인 203동에서 콘크리트 타설 도중 바닥이 주저앉는 사고가 났다. 경찰은 현장작업자들을 조사해 203동 39층 바닥 붕괴 사고로 공사를 중단하고 재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런 데도 감리보고서에는 이 같은 사고가 한 줄도 기록되지 않았다. 감리는 시공사가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했는지와 공사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사고 현장 감리단은 기계·구조체·전기·소방 등 분야별 기술자 8명(상주 7명·비상주 1명)으로 구성됐다.

엉터리 감리는 이번 붕괴의 원인으로 수사 중인 콘크리트 양생에서 드러났다. 감리보고서에는 ‘옥탑층 골조공사 사전계획 및 확인으로 골조공사 품질을 확보했다’고 적혀 있다. 또 시공의 정밀성을 확보하고 양질의 시공이 되도록 지도·관리했다고 기록돼 있다.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일부 층의 경우 양생 기간이 5∼6일로 짧은 것으로 드러나 제대로 된 감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감리보고서 가운데 건축물 안전과 관련된 구조 안정성에 대한 검측 보고도 층과 공정 개요 내용만 다를 뿐 모두 ‘적합’으로 적혀 있다. 경찰은 붕괴된 사고 현장 감리 3명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의 상단부만 해체하기로 했다. 조종실과 27t짜리 무게추, 기중기 팔뚝 상단부만 해체한다. 애초 해체하기로 했던 메인 마스터(주기둥)는 추가 붕괴 우려로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타워크레인에 쇠줄을 감아 안정화하는 작업을 마치면 21일까지 해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서울대 교수가 19일 광주 서구 사고수습본부에서 진행된 건축구조 전문가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자문회의 단장(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은 “나홀로 서 있는 외벽의 붕괴 방지를 위해 32, 38층에 코어벽(가장 강도가 높은 중심벽)에 강제보를 설치하도록 자문했다”며 “내부의 경우 잔해물을 제거하고 슬래브에 가설 지지대를 설치해 구조대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이동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건물 내외부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면 다음 주초부터 본격적인 구조가 이뤄질 전망이다.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시공사인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와 사고현장 관할 지자체인 광주 서구청을 압수수색했다. 본사 압수수색은 고용노동부와 합동으로 이뤄졌으며 신축 아파트 공사(기술·자재), 안전, 계약(외주) 관련 서류를 확보해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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