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대를 기억하며 현재를 돌아본다

2022. 1.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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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한반도의 청년들이 함께 한반도의 대내·외 안건들에 대해 고찰하여 청년 어젠다를 형성해는 일을 진행 중인 한반도청년미래포럼에서는 현재, 어젠다 형성을 위한 정기 세미나를 기획 중이다. 한반도를 중심 주제로 하여 다양한 전공 분야의 청년들이 모여 각자 배우고 경험하며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한반도의 현재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현재의 한일관계와 남북관계를 논하기 위해서는 조선의 사회구조와 대한제국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분단과 전쟁, 더 나아가 한반도의 현대사의 맥락을 인지하고 있어야만 그 주춧돌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 사건들은 역사 교과서와 역사책 속에서 배워온 '역사'라는 범주에 속해있어 먼 과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너무도 가까운 '조금 멀리 있는 현재'인 것을 알 수 있다.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외교권을 박탈당한 사건인 을사늑약(1905년)은 현재 2022년으로부터 117년 전의 일이다. 국권이 강제 침탈되어 일제의 식민지배하에 들어간 사건인 한일병합(1910년)은 112년 전의 일이다. 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비통하고 뼈아픈 사건들은 모두 약 100년 전에 일어났다. 약 100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길어 보일 수도, 짧아 보일 수도 있다.

역사라는 긴 맥락 속에서 약 10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은 한 구간에 속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현재로부터 국운을 뒤바꾼 두 개의 큰 사건들은 약 100년 전에 일어났다. 현 2030 세대들의 조부모님, 증조부모님, 고조부모님들께서 모두 직간접적으로 겪으셔야 했던 사건들이다. 이처럼 미시적인 관점을 통해 들여다본 일제강점기와 그 후의 역사들은 그 어느 역사보다 우리와 가까우며, 현재에도 우리에게도 그 흐름은 끊어지지 않은 채 한일관계와 남북관계라는 맥락으로서 흐르고 있다.

자연스레 국가의 역사, 정치의 역사, 외교의 역사를 넘어서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시대 속에서 삶을 꾸려 나가야 했던 우리의 조상들은 어떠한 감정을 느끼며, 어떠한 생각을 하시며 살아가셨을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역사'로 인식하고 접하는 것들은 보통 거시적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본 국가 단위의 역사나 정치사, 외교사이다. 하지만 한 시대 속에서 삶을 살아가야 했던 개인, 혹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맥락의 부분들을 접하게 된다.

일제강점기는 '근대'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가장 1차적으로 '근대'라는 것을 신문물을 통해 접했다. 현재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자, 일제 시기 미쓰코시 백화점이었던 그 위치에서부터 충무로 사이의 거리는 '진고개'라고 불렸다. 진고개는 쉽게 말해 당시의 신문물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었다. 길 좌우로 늘어선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진열창에는 모두 새로운 값지고 찬란해 보이는 물품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서양인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커피 냄새가 길가에 진동하며, 전기가 들어와 불이 밝혀진 진고개의 풍경은 이전에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롭고 신비로운 곳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기, 가로등과 같은 신문물과 근대의 산물들은 대부분 재조선 일본인 거주지역에 건설되거나 도입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조선인 거주지역과는 발전의 격차가 컸고 조선인들이 느껴야 했을 괴리감과 심적 무기력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한다.

또한 '근대성'은 조선 사람들의 시간 단위 속으로도 침투했다. 전차와 버스의 도입은 이동 반경과 시간 단위에 변화를 일으켰다. 사회가 근대의 시간 단위에 맞춰 돌아가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그 시간 단위 속으로 던져 넣어야 했던 조선인들은 설움을 느껴야 했다. 또한 교통을 비롯한 신문물 속에 존재하던 조선인들에 대한 차별은 조선인들에게 근대와 식민 지배 사이에서 더 크나큰 괴리를 느끼게 하고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다.

이렇게 조선 사람들은 근대성과 접촉하게 되었다. '인간'은 어두움에 두려움을 느껴 밝은 곳을 찾는 것이 본능이며, 지금 우리와 같이 당시의 우리 조상들도 예쁜 것, 화려한 것, 새로운 것에 눈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배하에 이루어진 근대의 접촉은 조선인들에게는 너무도 뼈아픈 경험이었고, 현실이었다.

얼마 전, 일제의 국권 침탈과 식민 지배를 막기 위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다시 보게 되었다. 두 명의 여주인공들과 세 명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총과 칼 혹은 카메라와 펜으로 옳지 않은 현실을 돌파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조상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옳지 않은 것과 싸우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했다.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2010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월드컵 출정식, 한일전에서 터진 박지성 선수의 골과 산책 세러머니, 벤쿠버 올림픽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경술국치'가 일어난 지 100년 만에 태극기를 몸에 새긴 청년들이 우뚝 솟아올랐다. 스포츠정신에 정치적 의미나 대립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올바름을 위해 투쟁하셨던 100년 전 조상들은 이러한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하셨을지, 그리고 이 장면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 곧 대선이다. 국민들을 대표하여 국가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새로 선출된다. 국권 침탈과 함께 수많은 만행을 범한 일제가 잘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교훈 또한 뚜렷하다. 국가 지도부의 나약함에서 발생한 침울한 사건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수많은 고통을 참아내야 했는지를 우리는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들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지도부의 국정운영에 귀를 기울이며 국가 지도부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투표해야 할 것이다. 조선의 청년들처럼 매 시기 한반도의 청년들은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2022년의 청년들 또한 그 역사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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