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으로 하루 2만여명 죽는다
[왜냐면] 가브리엘라 부셰르 |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
코로나 팬데믹 초기, 우리에겐 연대감이 형성되었고 이러한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새롭고 더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염병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다시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번 대유행은 불평등에 의해 촉발되었고, 결과적으로 세계의 불평등 수준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 너무도 분명해졌다.
팬데믹 이후 26시간마다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했고 세계 10대 부자의 자산은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인류의 99%는 더 가난해졌다. 수십년 동안 전세계 활동가들은 극심한 불평등에 대한 경고 버튼을 눌러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또한 지난 몇년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현장에서 경고의 목소리를 내며 활동해왔다.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크레디 스위스 등도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극심한 불평등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코로나19는 가장 빈곤한 사람들, 특히 여성과 유색인종 및 소외 집단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이제 나이보다는 소득 수준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여부를 보여주는 더 강력한 지표가 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건강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매킨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악화된 미국 흑인의 평균수명이 백인과 같았더라면 오늘날 340만명의 흑인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팬데믹 이후 많은 국가의 여성들이 급증하는 젠더 기반 폭력과 무급 돌봄노동에 직면하게 되어 성평등에 이르는 데 필요한 기간이 기존 99년에서 135년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은 부유한 국가의 약 2배다.
반면,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그 이전 14년(2007~2020년) 동안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이는 기록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치다. 전세계 정부가 우리의 생명을 구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16조달러를 경제에 투입하는 사이, 부유한 사람들은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이익을 얻기도 했다. 각국 정부와 제약회사가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한 획기적인 백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백신이 세계적으로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하기보다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 공급이 느려지고 결국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7일 우리가 발표한 보고서(‘죽음을 부르는 불평등’)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단순히 불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불평등은 사람을 죽인다. 보수적으로 추정해봐도 불평등으로 인해 매일 최소 2만1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권리가 아니라 사치일 때, 성차별적 폭력이 지속될 때, 풍요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굶주릴 때 손실되는 생명이다. 불평등을 줄이면 이러한 희생을 줄일 수 있다.
부와 자본에 대한 세금은 건강한 경제의 생명선이다. 과도한 부를 실물 경제로 되돌려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10대 부자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벌어들인 수익의 99%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면 전세계 인구를 위한 충분한 백신을 만들 수 있고, 80여개국에 보편적인 의료 및 사회서비스, 기후 적응 및 성차별적 폭력 예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를 불평등하게 만드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모델을 수립하기에 이상적인 시점이다. 성차별적인 법을 개혁하고 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 및 파업권을 침해하는 법을 폐지해야 한다. 여성, 유색인종, 노동계급의 정치적 대표성을 가로막는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 부유한 국가의 정부는 우리가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에게 백신을 공급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더 많은 국가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백신을 생산하고 전염병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도록 코로나19 백신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독점을 즉시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단순하고 당연한 대응을 받아들여야 한다. 전염병을 종식시키려면 우리 경제가 모두를 위해 작동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모아야 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무너진 39층 골조공사 예정보다 두 달 늦어…무리한 타설 가능성
- “안일화? 아니, 간일화던데”…단일화 없다면서 기싸움은 팽팽
- “말도 못할 저속함”…쿠팡이츠, 성적 비하 담은 ‘메뉴판’ 논란
- 서울신문 ‘대주주 호반그룹’ 비판기사 삭제 파문 확산
- 검사의 ‘봐주기’가 필요한 때
- 불교계 반발에 정청래 ‘자진탈당’ 권유 논란까지… 왜?
- 반가사유상 미소에 홀린 사람들…1만개 넘게 팔려나갔다
- ‘50억 클럽’ 녹취록에 이름 나와도…검찰 출신은 조사도 안한다
- 불평등으로 하루 2만여명 죽는다
- 확진 5천명대 급증에 ‘사전 경고’…오미크론, 오늘부터 재택치료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