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날 만큼 씩씩하고 치열했던, 그 시절 '소녀' 시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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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하는 다큐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을 연출한 김정영·이혁래 감독은, 자신들이 처음 연출한 장편 다큐 속 출연진에게 매료당한 듯했다. 미싱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1970년대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섬세하고 따스하게 그려낸 다큐처럼, 17일 오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두 감독은 고난 속에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경애감을 대화 내내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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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정한 시기에 굉장히 어렵게 성장했던 10대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이혁래 감독)
“일찍 어른이 된 분들을 보면서 부끄러웠고, 그분들의 삶을 통해 제가 되레 치유받았어요.”(김정영 감독)
20일 개봉하는 다큐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을 연출한 김정영·이혁래 감독은, 자신들이 처음 연출한 장편 다큐 속 출연진에게 매료당한 듯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1970년대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섬세하고 따스하게 그려낸 다큐처럼, 17일 오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두 감독은 고난 속에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경애감을 대화 내내 내비쳤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세상을 떠났을 때, 평화시장에서는 1만5000명의 노동자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일했다. 그 가운데 80%는 12~16살 소녀들이었다. 가족을 부양하고 남자 형제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돈을 번 10대들이었다. 골방에서 종일 무릎 꿇은 채 자욱한 먼지와 각성제 ‘타이밍’을 먹어가며 밤늦도록 일했다.
이제 장년이 된 소녀 미싱사들의 추억을 더듬으며 당시의 부당하고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는 영화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씩씩하게 성장했던 여성들의 빛나는 생의 의지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당시 청계피복노조 조합원 수가 2년 만에 0명에서 6000명으로 늘어나거든요. 노조에서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서로 의지가 됐고, 노동교실이 생기면서 배움의 욕구까지 해소할 수 있었던 게 컸죠.”(이 감독) 다큐 속 노조 소식지를 보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우리의 소원은 배움’으로 개사해 불렀을 정도로 배움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유신 정권은 약한 이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는 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1977년 당국은 건물주를 시켜 9월10일까지 노동교실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노동교실을 포기할 수 없었던 여성 노동자들이 9월9일 점거농성에 들어가자 경찰은 강제진압했다. “이른바 ‘구구사건’인데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사건으로 구속된 분도 많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도 안 돼 결국 평화시장을 떠난 분들도 계시고 상처 입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 상처를 기록하고 싶었어요.”(김 감독)
경찰은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9일에 농성을 벌였다며 검거된 여성 노동자들에게 “빨갱이 ×”이라고 폭언을 일삼았다. 이날 농성으로 구속된 임미경씨는 그때 16살에 불과했다. 소년범에 해당할 나이였지만 당시 검찰은 주민번호까지 조작해 그를 가뒀다. “그런데도 16살 소녀였던 임 선생님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보면서 되레 연민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저 사람도 위에서 시키니까 저러는 거구나’ 하고요.”(이 감독) 실제 이들은 “누가 시켜서 했냐?”는 검경의 추궁에 되레 “누가 시켜서 이러냐?”고 되받아치는 당찬 청춘이기도 했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남다른 윤리적 태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폭력을 다루는 다큐가 됐건 책이 됐건, 흔히 빠지게 되는 것이 주인공을 피해자로 만드는 서사거든요.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역사의 엄청난 파도 속에서도 그분들이 그걸 뛰어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걸 담고 싶었죠.”(이 감독)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의 사진과 편지, 노조 유인물, 재판 기록 등을 프로젝터 화면에 띄워놓은 채 출연진이 관련 대화를 벌이는 연출 방식도 이채롭다. “애초 영화화 계기가 2018년 서울 봉제역사관 영상 아카이빙 작업이었거든요. 이분들의 기록을 아카이빙한다는 의도에다 이분들이 당시 기록을 보면서 어떤 걸 느끼는지 잡아내고 싶어 이런 형식을 택했죠.”(김 감독) 특히 노석미 작가가 출연진인 이숙희·신순애·임미경씨와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소녀 시절을 초상화로 그려낸 장면은, ‘딸의 시점에서 그린 젊은 날 엄마의 초상’이라는 연출 의도를 상징한다.
두 감독은 영화 제작에 많은 이들이 도움을 보탰다고 밝혔다. 특히 김영덕 프로듀서와 소품 제작 스태프가 몸담은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마지막 장면에 들어간 배경 합창곡을 불러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처음에 출연을 고사하던 선생님들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만족해하며 가족과 함께 보러 오겠다는 모습에 안도하고 감사했다”는 이 감독은 이 영화가 “지금의 20대가 부모 세대의 젊은 시절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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