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제약바이오 기술력 증거 '기술수출'..주가엔 별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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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신 분들, 의아하실 겁니다. 얼마 전에 기술수출로 주가가 급상승한 기업이 있었거든요. 코스닥 상장사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2일 사노피에 파킨슨병 등의 치료 신약 후보물질 'ABL301'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고 공시했고,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당일 상한가까지 치고 오르면서 주가는 2만150원에서 2만6150원으로 올랐습니다. 이후에도 상승곡선을 타며 오늘(19일) 종가 3만2100원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이처럼 기술수출 소식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공급망 병목과 인플레이션, 그로 인해 빨라진 금리인상 시계 등으로 세계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술수출과 같은 호재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만한 재료입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랬을까요?
지난해 기술수출 전수조사해보니…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나온 기술수출 실적은 총 32건입니다. 이 기술수출 발표 전후의 주가 움직임을 두 측면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하나는 발표 당일 주가, 그리고 한 달 뒤의 주가입니다.
하지만 발표 당일 주가는 5.75% 급락했습니다. 기술수출 발표를 기다렸던 사모펀드에서 24억원어치 물량을 대거 팔아치웠고, 개인이 26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지난해 전체 기술수출 건수 중 절반만이 단기 상승에 성공했습니다. 한 달 뒤엔 어땠을까요? 고바이오랩의 기술수출 발표 당일 종가는 2만6250원이었습니다. 한 달 뒤인 11월 29일 주가는 1만9800원으로 더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상장사 기술수출 24건 중 발표 당일 종가보다 1달 뒤 종가가 더 높았던 경우는 7건에 불과했습니다. 상승한 7건 중 발표 첫날 주가가 상승했던 곳은 다시 3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수출 당일 호재를 본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였을 때, 첫날과 한 달 뒤 모두 수익을 실현한 경우는 24건 중 3건, 12.5% 확률에 불과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가장 큰 계약인 2조원대 공시를 내놨던 GC녹십자랩셀(현 지씨셀)도 발표 당일엔 6.83% 급등했지만, 한 달 뒤까지 첫날 상승분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했습니다.
분명 기술수출은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일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사실 첫 번째 이유는 공시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본 계약을 통한 수익 인식은 개발 및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등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술수출 공시 가장 처음에 항상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체결된 계약은 언제든 해지될 수 있고 호재로 알고 있던 발표가 없던 일이 된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실제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에이비엘바이오도 지난해 5월 항암제 5종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한 바 있습니다.
발표 전부터 오른 주가…정보유출 의혹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정보 유출에 대한 의혹입니다. 쉽게 말해, 알 만한 사람들은 발표 전에 다 알고 사 뒀다가 뒤늦게 몰려오는 개인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차익실현을 한다는 추정입니다.
역시 24개 기술수출 발표 당일 주가와 한 달 전 주가는 또 어떻게 차이가 났는지 검증해 봤습니다. 24종목 중 17종목의 기술수출 발표 직전 주가가 한 달 전보다 올랐습니다. 한 달 전에 기술수출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충분한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악재성 정보는 잘 안 새는데 호재성 정보는 이미 내부자 등에게 새어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호재성 정보가 발표되는 날이 되면 정보를 알고 있던 사람은 매도하는 경향이 많다는 게 이제까지 연구의 공통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위 '고급 정보'를 알 길이 없는 개인투자자는 더더욱 소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소문이 위험하다는 건 투자자 본인 역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소문이라도 의존하지 않으면 공시에 의존한 정직한 투자법으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결국은 투명한 자본시장과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기관,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선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게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어떤 업종보다도 개인의 거래가 활발한 바이오에서도 보통의 개미들은 손해를 보고 살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현실이 작년 기술수출 실적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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