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IN] 와르르 무너진 HDC 현산 정몽규의 꿈..어쩌다 이지경까지

윤지혜 기자 2022. 1. 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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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회장직 사퇴까지 선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후폭풍이 거센 모습인데요.

건설업을 발판 삼아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려던 야심찬 그의 계획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단 평이 나옵니다.

주력인 주택사업 부문의 잇단 사고로 '건설 명가' 이미지 추락은 물론 기업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상황에 처했기 때문인데요.

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걸까요?

윤지혜 기자가 HDC 현산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짧게 정리했습니다.

[기자]

시공능력평가 9위인 현대산업개발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가 전신인 한국도시개발과 한라건설이 모태입니다.

1986년 이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설립됐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건설하며 1군 건설사로 거듭났습니다.

1993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몽규 현 HDC그룹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맡게 됐습니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키웠던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고 끝 모를 업황 부진이 예고되면서 인수가 무산됐고, 결국 정회장의 열망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앵커]

정몽규 회장이 그룹의 중추인 건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결과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 그리고 예전부터 갖고 있었던 '모빌리티 DNA'도 한몫했다, 뭐 이런 뜻인가요?

[기자]

네, 정 회장은 건설업을 더 키우기보다는 다른 분야에 줄곧 발을 들여왔습니다.

2006년 영창악기 인수를 시작으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을 직접 운영하면서 유통업계에 진출했고,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점 사업도 뛰어들었습니다.

이밖에 오크벨리 인수 등 레저, 유통분야 확대에 역점을 뒀습니다.

또, 정 회장은 2013년 제52대 축구협회장으로 취임했고, 내리 3선에 성공하며 9년째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 회장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리면서, 현대산업개발 경쟁력도 퇴보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때 텃밭으로 여겨졌던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밀려나면서 한때 톱 5였던 도급순위는 2014년 13위까지 밀렸다가, 현재는 9위로 톱 10에 턱걸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미흡한 위기관리와 사고 수습 능력도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던데요?

[기자]

사고 직후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현대산업개발 공식 입장문이라며 600자가 채 안 되는 사과문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시공사 선정 참여를 앞둔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장문의 자필 사과문을 보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몽규 회장 역시 이름만 있는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HDC 그룹회장, 대한축구협회장 등은 유지키로 해, 무늬만 사퇴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작년 6월 학동 4구역 사고에도 불구하고 최고 안전전문가를 선임하거나 안전 전담 조직을 확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의 안일함도 덩달아 도마 위에 오른 상태입니다.

[앵커]

지나치게 수익성에만 몰두한 '짠돌이' 경영 방식도 화를 불렀다고 하던데, 무슨 얘깁니까?

[기자]

매출원가율이란 게 있는데요.

매출에서 투입된 매출원가를 나눈 것으로, 얼마나 수익을 남겼냐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통상 건설사들은 이 매출원가율이 85%에서 95%대를 오갑니다.

그런데 현대산업개발은 이 매출원가율이 80% 이하로, 78% 선입니다.

이는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했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지나친 운영경비 절감이 이뤄져, 정작 써야 할 돈마저 깎인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공사 일부를 타 건설사에 재도급하는 경우 발생하는 공사비용, 외주비, 현대산업개발은 이 외주비가 대체로 45% 선으로 낮았다는 점에서, 하도급 업체에 지나치게 박하게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결국 다른 사업에 대한 과한 관심이 본업의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고 회사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는 게 아니냐란 생각이 듭니다.

회장직 사퇴 이후 정 회장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주목되네요.

윤지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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