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녹취록, 거칠어지는 여야 네거티브 전쟁
[경향신문]
“최순실 아류” “언어 성폭력” 날선 공방
민주당·국민의힘, 서로 법적 대응 예고
거대 양당의 녹취록 네거티브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녹음’에 기반해 무속인 연관설을 키우면서 “최순실의 아류” “요승”이라는 표현을 썼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160분 통화녹음’에 담긴 욕설을 들어 “언어 성폭력” “극악무도”라고 했다. 녹취록 문제로 날선 언어와 법적 대응을 주고받으면서 또다시 대선 정국 최전선을 네거티브 대결이 차지하게 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9일 광주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개된 김씨의 통화녹음에서) 김씨가 본인이 점을 볼 정도로 신기가 있다고 표현했다”며 “주술과 마법 같은 데 의존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라스푸틴이라는 괴상스러운 요승에 휘둘려서 러시아 제국이 멸망했던 것처럼 나라가 크게 위험이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도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속인들을 가까이 둔다는 점에서 최순실의 아류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 ‘이재명 국민검증특위’ 소속 장영하 변호사가 이 후보 욕설 녹취록을 추가 공개한 것을 두고는 “물타기”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장 변호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김씨 통화녹음 중에서도 무속 관련 부분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무속인 논란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무당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유용한 카드라는 판단이 깔렸다. 선대위 한 의원은 “IT·인공지능(AI) 시대에 무속인 논란은 중도층에게 윤 후보가 시대에 뒤쳐진 인물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여당의 공세는 재산 형성 의혹으로도 확산했다. 선대위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강사료와 (김씨가 대표인) 코바나컨텐츠 월급 200만원이 주요 수입원이었던 김씨가 어떻게 30대에 수십억의 주식과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미 윤 후보와 결혼 후 강도 높은 인사검증을 받았다”며 이 후보 아들의 도박자금, 가족의 형사사건 변호사비 등의 의혹부터 설명하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은 전날 공개된 이 후보 녹취록의 욕설 논란을 집중 부각하며 맞불을 놨다. 김씨 통화 녹음에 쏠린 시선을 이 후보 녹음파일 공개로 분산하면서, 대선 후보 당사자의 문제라는 점을 적극 부각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통화녹음이 김씨와 동일한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의 강도도 높여나가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통화녹음 내용은)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귀를 씻지 않고서는 일상에 돌아가기 힘들 정도”라며 “MBC가 예고했듯이 대선 후보자 검증이 (김씨 녹음파일 보도의) 진짜 목적이라면 이 후보와 김혜경 여사도 동일한 시간으로 방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BS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자가 구사한 욕설이 한국어로 구사할 수 있는 최 극악무도한 수준이라 AI에게 훈련을 아무리 시켜도 흉내내기 불가능하다”고 했고, 원일희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 정도면 ‘욕설’을 넘어선 ‘언어 성폭력’”이라고 했다. 장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욕설과 배우자의 웃음소리가 담긴 통화녹음을 추가공개했다.
법적 대응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김씨 통화 상대자인) 이모씨에게 들었다면서 여러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는데, 사실과 달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김씨의 ‘7시간 통화녹음’을 방송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소속 기자에 대해서도 이후 언론 인터뷰 발언을 들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혐의로 형사고발 방침을 밝혔다.
무속 논란은 대선 후보들에게도 옮겨갔다. 민주당은 이날 2020년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사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무속인 조언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거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윤 후보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원 대변인은 “어이없는 고발을 철회하지 않으면 무고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후보 역시 지난해 TV방송에서 점을 본 일을 언급했다며 “‘점쟁이 말’과 ‘사주’를 모시고 있음을 자인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는 23일로 예정된 <스트레이트>의 김씨 통화녹음 두 번째 방송에 대해 다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방송금지가처분 재판 과정에서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을 집중하여 부각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1차 방송에 앞서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14일 “(해당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일부 발언을 제외하고 보도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유정인·곽희양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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