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권리, 제 이익과 바꾸길 원하지 않아..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사업주도 반대합니다"

2022. 1. 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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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19일 오전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차별 폐지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진단 제공


“누구의 권리를 나의 이익과 바꾸길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은 서로 의지하며 지금껏 살아왔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더 이상 갈라치기 하지 마십시오.” 19일 오전 11시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 안이지씨(가명·52)가 나와 한 말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문제는 그동안 노동자와 사업주 입장이 대립된다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주로 다뤄졌다. 노동자는 전면 적용을 원하고 사업주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것이 ‘소상공인의 목숨줄을 조이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에 사업주인 안씨가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씨는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도소매업을 한다. 동대문 의류상가 대부분이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문을 닫는 사업장들도 속출했다.

안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노동자와 사업주의 대립 구도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임대료이고, 카드 수수료와 부가세도 있다”며 “하지만 임대업자나 카드회사, 정부를 상대로 사업주가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제가 고용하고 임금을 지불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자에게 몫을 내놓으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안씨는 “최저생계비(최저임금)가 올라도 노동자에게 한 달에 많아야 20만원 더 주는 것인데 사업주에게 큰 부담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정부·국회가) 임대료나 손실보상금, 지원금 등 실질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을 지원해주는 방법을 고민해야지,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도 오늘 일을 그만두면 내일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의 부당해고와 구제신청, 주 12시간 연장 한도,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 적용, 연차휴가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계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경제적 능력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상시근로자 수 5인’이라는 사업장 규모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해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달 초까지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를 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19일 오전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차별 폐지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진단 제공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둔갑한 사업장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노동자의 4대보험 가입과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고,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피한다는 것이다. 이번 고발 대상에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닌데도 공휴일을 연차휴가 일수에 포함되도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회피한 사례도 포함됐다.

추진단은 “투표일을 50일 앞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 이슈가 외면당하고 근로기준법 차별 폐지 해법은 공방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대선 후보들은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노동자들의 절규에 응답하고 차별지대를 해체한다는 약속을 발표하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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