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외교수장 21일 우크라이나 사태 담판..커지는 전쟁 위기 속 '외교해법' 찾을까

박효재 기자 2022. 1.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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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이 전쟁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러 외교 수장이 다시 만나 해법을 조율할 예정이다.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의 1차 연쇄회담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담판 회담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주 유럽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오는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다고 18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2일 스웨덴 스톡홀름 회동 이후 40여일만에 미·러 외교 수장이 다시 만나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두 장관의 이날 통화에서 합의됐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은 외교적 출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50%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라브로프 장관과 이번 만남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미국이 러시아와 주요 관심사를 공유하고 러시아와 미국이 공통점을 찾을 기회가 어디에 있을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미국과 나토, 러시아는 1차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번 회담은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타협점을 찾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적인 길이 앞에 있고 어느 길을 택할지는 러시아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그들이 외교적인 길을 택하지 않을 경우 그 결과는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러 외교 수장 간 회담에 앞서 18~20일 우크라이나와 독일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우선 19일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 직원 및 가족들과도 만나 러시아가 끝내 도발할 경우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국무부의 지침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미국·독일·프랑스·영국 외무장관 등이 참석하는 일명 ‘대서양 횡단 쿼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한 미국의 약속을 강화하고 러시아에 대한 단합된 대응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외교적 타협을 시도하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1월과 2월 사이에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나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에 대한 경계감을 재차 드러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난 뒤 현지 매체 빌트와 인터뷰에서 “유럽 내 새로운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진짜로 있다”면서 러시아 병력이 주로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됐지만 일부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동맹국에 사는 거의 1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걸려 있다”면서 “나토 동맹국이 공격당하면 우리는 일치단결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추가적인 군사 지원과 러시아 제재 방안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CNN 방송은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대전차 미사일 방공 무기, 방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나토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는 등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 망도 좁히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국제결제망 차단을 포함해 “테이블에서 벗어난 옵션은 없다”고 밝혔다. 국제결제망 차단은 미국이 거론해온 대표적인 경제 제재 방안이다. 전날 독일의 한 매체가 익명의 독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방안이 더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를 부인하고 여전히 해당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4명의 친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인사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를 미국 정부가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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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러시아 제재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면 양국을 잇는 가스관 프로젝트인 ‘노르트스트림2’ 중단 등 모든 옵션이 논의될 것이라며 러시아 압박에 동참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최근 공사 마무리 단계로 독일 정부의 환경영향 평가만 남겨 놓은 상태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북쪽으로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까지 군대를 집결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한층 높이며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방부는 다음달 10~20일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병력과 군수장비는 이미 속속 벨라루스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동쪽의 자국 국경지대에 10만명의 군대를 배치해둔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외교관과 가족들이 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쪽에선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다른 한 쪽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회담을 벌이는 일촉즉발의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19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미국·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 도중 웃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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