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외로웠다..김지웅(김성철)에게도 새 사랑 올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 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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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김지웅(김성철 분)에게 밥은 웬만하면 혼자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혼밥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데면데면한 사이의 엔제이(노정의 분)가 “먹는 것 지켜봐 드릴께요”라는 오지랖을 펼칠 때 선선히 받아들일만큼.

꼬꼬마 시절부터 지웅의 집은 언제나 비어있었고 밥은 늘 혼자 먹는 것이었다. 어느 날 문득 최웅이 “그럼 밥은 혼자 먹어?”묻고는 제 집으로 지웅을 이끌기 전까지 밥 때는 특히 지웅을 외롭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최웅의 부모 최호(박원상 분)와 이연옥(서정현 분)을 아버지·어머니라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김지웅도 그들과 많은 시간 한 상에서 밥을 먹은 식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란 호칭마저 아끼고 싶은 친모(박미현 분)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지 않다. 복숭아 알러지가 있는 지웅을 위한답시고 복숭아를 깎아놓고 갔던 엄마다. 어려서 복숭아 먹고 죽을 뻔했던 사실을 눈앞에서 보고도 까맣게 잊어버린 엄마다. 그 엄마가 생각보다 일찍 다시 나타나 자길 찍어달란다. “그거 아무나 다 찍힐 수 있는 거라며. 나 좀 찍어줘, 네가” 지웅의 일에 대한 이해도 하나 없이 다짜고짜 요구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나 죽는데”라고 고백한다.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또한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다.

최웅은 길 위에 버려진 트라우마로, 국연수(김다미 분)는 감당할 수 없는 가난으로, 김지웅은 집나간 엄마로, 엔제이(노정의 분)는 일에 치여서 하나같이 외로웠던 청춘들이다. 드라마속엔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사랑 얘기와는 별개로 외로움에 관한 서사도 그 못지 않다.

“계속 사랑해줘. 놓치말고 계속 사랑해”라고 연수에게 당부하는 최웅이나, “만약에 말야”라며 끊임없이 애정을 확인하려던 연수나, “그냥 한 발 비켜나 있으면 돼요”하는 지웅이나, “어머, 내가 지금 배려하는거야?”놀라는 엔제이나 다들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라고 호소해왔던 것이다.

그들에게 우정과 사랑은 에도시대 하이쿠 시인 요사 부손이 ‘한 촛불을/ 다른 초에 옮긴다/ 봄 날 저녁’이라 읊은 것처럼 외로움의 그림자를 걷어내 청춘의, 인생의 아름다운 본색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통로로서 기능한다.

‘그 해 우리는’의 청춘 4인방 중 현재 가장 외로운 이는 김지웅이다. ‘한 발 비켜나 있기’ 스킬은 다큐멘터리 PD로 성장하며 ‘뷰파인더 들여다보기’로 업그레이드 됐지만 한 발 비켜나 거리둘 수 있었던 국연수에 대한 감정은 줌으로 당겨진 듯 외면하기 힘든 수준으로 강렬해졌다.

우연한 상황은 최대한 차단하기. 헤어졌다는 말에도 속지 않기.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기. 천천히 잊어버리기 등등의 모든 계획이 줌으로 당겨진 국연수의 모습 한 방에 산산히 부서졌다. 그래서 계획을 포기하고 그냥 감정에 충실해 보려하지만 국연수의 눈끝은 항상 최웅에게 머물러 있다.

감정을 저만큼 띄워둘 때도 외로웠지만 제 감정에 충실해 보려니 가족까지 모든 것을 나눠 준 형제같은 친구마저 연적의 위치에 세워놓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외로워진 지웅이다. 그리고 이제는 비난할 유일한 존재 친모마저 죽게 된단다. 사랑은 멀어졌고 우정은 유보했다. 비난의 대상이든 어쨌든 세상의 유일한 끈 엄마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고독의 울타리가 친친 지웅을 감아온다.

최웅과 국연수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아직 2회가 더 남아 어떤 난관이 예비돼 있는 지는 모르지만 “나는 멍청해서 네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몰라!”라는 최웅의 고백을 국연수가 접수했으니 더불어 헤쳐나가기엔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친구가 없어서,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친구를 생각한다는 나레이션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엔제이는 그녀답게 씩씩하고 자아도취적인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애잔한 청춘 김지웅이 남았다. 후배 PD 정채란(전혜원 분)이 됐건, 지웅에게 두 번씩이나 위로받은 엔제이가 됐건 과연 새 사랑의 촛불이 옮겨 붙어 지웅에게 드리워진 외로움의 그늘을 걷어낼 수 있을런지..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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