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인기에 MMF 출금 불가.. "예·적금 같다면서 내 돈 못 찾는다니"

허지윤 기자 2022. 1. 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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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LG엔솔) 공모주 청약 열기가 과열되면서, 은행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한 대규모 출금이 이어지면서, 개인과 법인이 단기로 목돈을 운용할 때 주로 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당일 출금 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상품 특성상 출금 한도가 일일 단위로 살아나는 데다, 전날 신청하면 다음날에는 출금 가능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당일 출금 한도가 있는 줄 몰랐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간 은행들은 MMF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부각해 상품을 판매했다. 은행이 ‘당일 출금 제한에 대한 안내를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특수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MMF 상품의 구조적 약점이 이번에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MMF에 목돈을 예치해둔 서울 거주 회사원 김 모씨(38)씨는 “법인은 제약이 있어도 개인의 경우 당일 출금이 가능한 줄 알고 있었다”면서 “이를 모르고 있다가 자칫 출금이 막혀 불편을 겪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 gif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일반 청약 마감일인 이날 오후 중 시중 은행의 MMF 당일 출금 한도가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청약 증거금은 8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 관계자는 “어제에 이어 오늘 오전에도 MMF 자금이 빠르게 나가고 있어, 오늘 출금 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MMF는 수시입출식 통장처럼 일정 기간 돈을 보관하면서도 일반 통장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실적배당상품으로, 하루만 넣어둬도 연 이자율이 적용되다 보니 개인과 법인이 대기성 자금을 넣어두는 용도로 이용한다. 이에 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이나 부동산 잔금 납부 등 목돈 인출을 앞두고 있을 때 유용하게 쓰인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MMF에 대해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 안전하다’,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점을 앞세워 상품을 홍보해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MMF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이 아니다. MMF의 당일 출금 한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해당 펀드 상품 잔액의 5% 또는 100억원 가운데 큰 금액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 일시에 예측 불가능한 규모의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해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장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MMF도 환매(출금) 신청 후 환매 자산이 판매돼야 고객에게 돈이 입금되는 구조이나,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특성상 입출금이 자유로운 성격을 감안해 법에서 은행이 자금을 고객에게 선지급할 수 있도록 한도로 설정해둔 것”이라면서 “당일 출금 한도 제한 규정에 대해서는 투자설명서에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전날 오후 4시 넘어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폭주로 대부분의 MMF 출금 한도가 소진됐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각 영업장에 전달했다. /신한은행 홈페이지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MMF 상품 특성상 당일 출금 빈도가 높지 않은데다 일일 출금 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 일”이라고 말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MMF를 마치 예적금 상품처럼 여기는 금융소비자들이 있는데, MMF는 단기 채권으로 운용하는 엄연한 펀드임을 주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금리 급등으로 MMF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일제히 돈을 빼내면서 소위 ‘펀드런(대량 인출)’ 사태가 생긴다”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에서 MMF 뱅크런 사태가 벌어져 시장에 파장이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MMF 등 단기금융상품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시장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작년 SK IET IPO 일반청약 당시 증거금 80조원이 몰리면서 단기자금 시장에 변동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한 상황에 단기자금 시장 변동성 확대는 시장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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