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협의도 전에 '과징금'부터..부처 간 싸움에 기업 등 터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23개 해운사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62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들 해운사가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의 해상운임을 담합한 것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란 게 공정위 판단입니다. 당초 공정위 심사관은 최대 8천억 원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가 산업 특수성 등을 감안해 과징금 규모를 대폭 줄였다고 합니다.
공정위 "120차례 운임 담합"
공정위에 따르면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주요 국적선사 사장들이 2003년 10월 한∼동남아, 한∼중, 한∼일 3개 항로에서 동시에 운임을 인상하기로 교감하면서 담합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동정협 소속 기타 국적선사, IADA(아시아 항로 운항 국내외 선사들 간 해운동맹) 소속 외국적 선사들도 가담했습니다. 이들은 최저 기본 운임, 부대 운임의 도입과 인상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습니다.
해수부 "공동행위 불법 아니다"…해운법 29조가 뭐길래
제29조(운임 등의 협약) ① 외항화물운송사업의 등록을 한 자(이하 "외항화물운송사업자"라 한다)는 다른 외항화물운송사업자(외국인 화물운송사업자를 포함한다)와 운임ㆍ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외항 부정기 화물운송사업을 경영하는 자의 경우에는 운임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는 제외하며, 이하 "협약"이라 한다)를 할 수 있다.
1항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해운법은 해운사들이 운임 등에 관해 공동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상황 자체가 애매한 겁니다. 해운업계는 EU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소 선사를 도산시킨 뒤 운임을 대폭 올리는 일이 반복되자 1974년 유엔이 정기선 헌장을 통해 해운업계의 담합을 국제적 관행으로 인정했고 우리나라도 1978년 해운법을 개정해 지금까지 40여 년간 이 방식대로 운항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공정위도 법에 명시된 공동행위 자체를 문제 삼진 않았습니다. 다만,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해운법이 정한 요건 하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며 선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해운법상 30일 이내에 공동행위를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는데 120차례 합의를 해수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부처 간 이견 조율은 좋은데…과징금은 누가
다만 부처 간 이견 조정도 끝나기 전에 기업 제재부터 한 게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과징금 부과가 정당할 수 있고, 또 그렇지 않다 해도 해운업계의 항소나 해운법 개정 결과에 따라 과징금은 취소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만 괜찮으면 다 되는 걸까요? 민간에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정부 부처 간 의견부터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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