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대선 여론조사 왜 널뛰나? / 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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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실패한 선거 여론조사로 193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잘못 예측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의 사례가 꼽힌다. 리터러리>
1916년 선거 이래 미국 대선 결과를 잘 예측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이 잡지는 앨프리드 랜던(공화당) 후보가 55%의 지지를 얻어 41%에 그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민주당)를 꺾고 당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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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2022 대선]
역사상 가장 실패한 선거 여론조사로 193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잘못 예측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사례가 꼽힌다. 1916년 선거 이래 미국 대선 결과를 잘 예측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이 잡지는 앨프리드 랜던(공화당) 후보가 55%의 지지를 얻어 41%에 그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민주당)를 꺾고 당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선에 도전한 루스벨트가 60.8%를 얻고 당선했다. 이 엄청난 실패는 잡지를 폐간의 길로 몰아갔다.
이 잡지는 자동차등록부와 전화번호부 등에서 주소를 얻어 그해 9월6일부터 10월31일까지 1천만장이 넘는 가상투표 용지를 보내 236만명한테 답을 받았다. 이와 달리 갤럽은 5만명을 선정해 그 가운데 1500명한테 답을 얻었는데, 루스벨트가 56%를 얻어 당선할 것이라고 맞게 예측했다. 이를 보면, ‘표본의 수’는 어느 정도만 넘는다면 여론조사의 정확성에서 핵심 변수가 아니다.
1988년 페버릴 스콰이어의 연구를 보면,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표본은 루스벨트 지지율이 높은 가난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한 문제도 있었지만, 랜던을 지지한 사람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응답에 참여한 점도 예측을 실패로 이끌었다. 선거 뒤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잡지의 설문지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도 55% 대 44%로 루스벨트 지지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응답자의 분포는 이와 크게 달랐다.
최근 20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널을 뛰는 듯하다. 같은 날, 또는 하루 차이로 나오는 조사 결과가 오차 한계를 크게 뛰어넘어 뒤바뀌는 일이 많다. 1월11일∼13일 갤럽의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37%, 윤석열 후보 31%로 나온 지지율이 1월9~14일 사이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의뢰) 조사에선 이재명 36.7%, 윤석열 40.6%로 뒤집혔다. 또 1월14~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는 이재명 36.2%, 윤석열 41.4%로 나왔는데, 1월16~17일 엠브레인퍼블릭 조사(뉴스1 의뢰)에선 이재명 35.6%, 윤석열 34.4%로 다시 뒤집혔다.
여론이 그렇게도 조변석개하는 걸까? 그건 아닌 듯하다. 어떤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응답에 적극 참여했느냐를 살펴보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여론조사 회사들은 성·연령·지역별 유권자 분포를 고려해 표본을 수집한다. 그런데, 그렇게 수집한 응답자의 정치 성향은 조사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이재명 후보 37%, 윤석열 후보 31% 지지율이 나온 갤럽 조사에선 표본 가운데 보수층 25.1%, 진보층 24.0%로 보수층 비중이 1.1%포인트 높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36.7%, 윤석열 40.6%로 나온 리얼미터 조사는 보수층 28.4%, 진보층 21.2%로 보수층 비중이 7.2%포인트 높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도 보수층 비중이 10.8%포인트나 높았다. 진보층의 60%가량이 이재명 후보를, 보수층의 60%가량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면 표본에서 어느 한쪽의 비중이 1%포인트 커질 때 지지율은 0.6%포인트가량 높게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 35.6%, 윤석열 후보 34.4%로 나온 1월16∼17일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표본에서 진보층 비중이 보수층보다 2.6%포인트 컸다. 이 표본의 정치 성향 분포도 근래 보기 드문 것이다. 표본 수집 과정에서 이런 약점을 누가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해결 전까지는 걸러서 보는 수밖에 없겠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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