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이름

박계교 기자 2022. 1. 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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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개명(改名)은 말 그대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매스컴에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개명을 했다는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개명한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개명을 하고 나서 일이 더 잘 풀린다는 얘기는 덤이다.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 12만 7855명(남자 4만 915명, 여자 8만 6940명)이 이름을 바꿨다. 최근 몇 년 사이 해마다 10만 건 넘게 개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특이한 점은 통계에서 보듯 남자보다 여자가 배 이상으로 개명을 했다. 각자 개인의 사연을 담은 바꾼 이름의 우선 순위를 살펴보니 예전에 많던 이름을 돌이켜볼 때 이름만 놓고 보면 한층 세련 됐다는 느낌이다.  

개명을 할 만큼 개인의 이름이 소중한데, 하물며 많은 이들이 찾는 공공장소는 어떨까. 내포신도시가 있는 홍성군과 예산군이 때 아닌 이름 신경전이다. 지난해 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 신설이 확정되면서 역명을 놓고, 양 지자체가 갈등이다. '충남도청' 역명을 서로 써야 한다는 게 요지다. 홍성군은 홍성역에, 예산군은 신설되는 가칭 삽교역에 '충남도청' 역명을 넣어야 한다는 것. 내년 지방선거까지 맞물리면서 양 지자체의 자존심 싸움으로 불거진 양상이다. 보령시와 태안군이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연륙교의 이름을 놓고, 양 시군이 극심한 갈등을 빚다 '원산안면대교'로 이름이 정해진 사례가 있는 터라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궁극적으로 역명은 국토부 장관이 제정권을 갖고 있지만 충남도는 홍성군과 예산군 어느 곳도 손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양 지자체의 합의가 없는 이상 '충남도청' 역명을 사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음을 충남도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지난해 양 지자체에 보낸 공문에도 명시돼 있다. 필요시 행정절차 등에 따라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까지 담았다. 여건 변화가 없는 이상 '충남도청' 역명은 홍성군과 예산군의 동상이몽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이다. 이름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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