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건축물과 돈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2022. 1. 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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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면 안토니오 가우디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자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인 인류의 대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다. 가우디가 자연과 곡선을 사랑하며 40년 동안 영혼을 담은 대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탄생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 등 3개의 파사드로 구성된 아름답고 성스러운 건축물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최장기 불법 건축물로 137년 동안이나 상태가 지속되던 중 2019년 6월 7일 공사를 시작한 지 137년 만에 이행강제금 4000만 달러(한화 466억원)를 10년 간에 걸쳐 납부하기로 하고 착공허가를 받아 합법건축물이 됐다. 당초 가우디는 이 성당의 건설기간을 200년으로 잡았다. 2082년이 성당이 완공되는 해였다.

생전에 가우디는 "내 의뢰인(하나님)께서는 서두르지 않으신다" 말하고 완공 속도보다는 완벽한 건물을 짓는 것을 강조했다.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하느님이 만든 선이다 라는 말과 함께 40년 동안 영혼을 쏟아 부은 역작이다. 이제는 가우디가 "먹여살리는 도시 바르셀로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인의 주목과 함께 관광 명소가 된 스페인 가우디 성당 탄생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성당을 짓는데 평생 영혼을 쏟아 부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있었다. 처음의 설계부터 죽는 날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매달려서 열중하고 몰입한 업적을 인정받아 성인이나 왕족만 안치될 수 있는 지하 납골묘에 가우디는 이례적으로 로마교황이 특별히 허락해 안장되었다. 한 개인 건축가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한 것으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

둘째, 가우디의 건축 독창성과 철학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든든하게 후원한 유세비 구엘 백작으로 천재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현재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도마뱀상이 있는 구엘공원도 구엘 백작이 가우디에게 의뢰해 부자주택단지를 만들다 지금의 구엘공원이 된 것이다. 셋째는 가우디의 비정형적인 구조나 성도들의 기부금에 의존해서 자금조달을 해야 했던 사유들로 성당 건설기간이 200년의 세월동안 계속되어 왔지만 중단하지 않고 가우디의 업적을 이어받으며 오랜 시간 건설해온 성당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아있는 듯한 치밀한 완성도를 가진 건축물이 탄생된 것이다. 그래서 한해에만 300만 명이 찾아올 만큼 미리 예약을 하지않으면 가우디 성당 입장권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이 이해된다. 하나의 건축물은 그 나라를 내세우는 유명한 문화재 및 세계의 랜드마크로 국가를 홍보하며 관광지가 되어 돈을 주는 건축물이 된다. 우리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는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고 또 지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도상국 때의 '빨리빨리' 문화는 버리고 선진국으로서 올바른 문화와 함께 후대까지 볼 수 있는 깊고 넓은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

우선 공공건축물의 올바른 심사, 심의제도 활성화 및 건축사가 몰두해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설계기간과 비용을 주어야 한다. 건물을 짓는 시공자에게도  설계의도와 맞는 건축물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공사기간과 비용을 주어야 한다. 반대로 돈이 새는 건축물을 생각해보자. 필요한 공사기간과 비용을 무시한 건축물은 결국 붕괴 등 하자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와 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삶에도 불가피한 영향을 끼치고 국가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된다. 최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과 슬래브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자의 생사 여부 등 사고 수습에 관한 소식을 매일 미디어를 통해 들으며 매몰된 인부들의 안전한 귀환을 바란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안전한 건축물로 완성해 돈이 새는 건축물이 아닌 시민들에게 안정되고 돈을 주는 건축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정부에서도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1월 27일부터 건설현장 중대재해처벌법을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니 추후 이러한 사고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소원해본다. 건축물은 거주, 작업, 종교집회, 강연, 연극, 생산, 보관 등 용도에 맞게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며 현대인에게 공간은 공기와 같아서 없이는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공간은 안전하고 필요하고 쾌적하고 환경에 유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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